사랑의 상처는 다른 사랑으로

by Anima

장 자성은 외로워서 채팅으로 여자들을 만났고 봉 주리는 장자성에 대한 복수심에서 채팅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는 복수극이 펼쳐진 것이다. 언젠가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여자가 남편의 외도로 우울증에 걸렸다. 교회에 가서 신을 찾기도 했지만 점점 우울증은 심해졌다. 유명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사연을 듣더니 약을 처방하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알려 줬다.

“남자를 만나세요. 맞바람을 피우세요. 그러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예요.”


봉 주리는 정말 의사가 그런 말을 했는지 놀랐지만 바로 자신이 의사의 처방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적인 사람이다. 장 자성을 향한 복수심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익명의 남자 몇 명에게 자신의 속을 털어놓으니 하나같이 귀 기울여 주고 동정하며 위로를 해주었다.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았다. 친절하기 그지없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경영인 연은 매일 한 편씩 시를 보내왔다.


너의 긴 속눈썹이 되고 싶어

그 눈으로 너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네가 눈물 흘릴 때

가장 먼저 젖고

그리움으로 한숨지을 때

그 그리움으로 떨고 싶어

언제나 너와 함께

아침을 열고 밤을 닫고 싶어

삶에 지쳤을 때는

너의 눈을 버리고 싶어

그리고 너와 함께

흙으로 돌아가고 싶어


제가 류 시화님의 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입니다. 힘들고 지칠 땐 언제든지 님의 곁에 있을 겁니다. 잠시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도록......


-항상 위안과 희망을 주는

내 좋은 친구 주리님에게


정말 시원한 비가 흡족하게 내리는군요. 편찮으신 것은 좀 나아지셨는지요? 님의 메일을 보면 의아하게 생각되는 것이 있어요. 참으로 아름다운 시, 정감 있는 글들이 저를 위한 것인 줄은 알지만 때로 다른 사람에게 가야 할 것이 잘못 온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저의 어떤 면이 님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지 모르겠어요. 위로와 기쁨을 받는 것은 저니까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지요. 오늘 좀 풍성한 원피스를 입었더니 학생들이 또 임신했냐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하고 웃어넘겼는데 요즘 아이들이 다양한 패션을 수용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니까요. ㅎㅎ 요즘은 생활이 즐거워요. 저를 많이 생각해 주는 님 메일 보면 더욱 즐거워지고요. 그럼 차차 힘내시고 주말도 잘 지내세요.


-즐거운 주리로부터


두 사람과 채팅을 하며 메일을 주고받으니 장 자성도 외로울 때 얼마나 위로를 받았을까 이해가 가지만 여전히 늦게 들어오는 장 자성을 보면 아직은 용서할 수가 없다.


장마가 든다더니 세찬 빗줄기는 아직 내리지 않네요. 시야를 가리며 무섭게 장대처럼 내리는 비를 기다림은 마음의 찌꺼기를 말끔하게 씻어내고자 하는 바람이지요. 다시 또 앙금이 쌓인다 해도 잠깐만이라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 마음에 차지 않는 사람들, 모두 내 탓이긴 하지만 왜 이리 벗어나기가 어려운지요. 시험 끝나면 18일부터 방학이에요. 방학은 휴식이 아니라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에요. 집에서 더위와 씨름하느니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그 자리에 저만의 시간이 남아 있을까요? 메일 쓸 시간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이제 곧 장마가 들 텐데 수술 부위가 쑤시지는 않는지요. 날씨가 우리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진대 염려가 되는군요. 손을 쓰시기 불편해도 메일을 받고 읽을 수는 있겠지요. 시간 나는 대로 쓰는 메일이 님에게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님도 충분히 제게 위로가 되니 감사하고요. 이제 좋은 생각만 하려고요. 님과 함께.


봉 주리는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다른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굳게 믿으며 경영인 연보다 더 마음이 가는 피아니스트 수에게 오늘도 메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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