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은 울리지 않아

by Anima

새벽에 집을 나왔다.

채팅을 하고 있다가 그가 들어 올 때 눈길도 안 주고 나와 버렸다.

차에서 시동을 걸고 보니 3시였다.

이 새벽에 차가 있는 것이 다행이다.

울릴 일이 없는 핸드폰이 울릴까 봐 자꾸 눈이 간다. 그냥 꺼놓을 것이지.


이것을 자유라고 하나, 방종이라고 하나?

그가 한 대로 채팅을 시작하고 나도 타락할 거야 하고 마음먹었다.

이제 남이 뭐라 하든 내 뜻대로 하고 말거야 하다가 피식 웃었다.

뜻대로 하다가 장을 만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지난번에는 아침에 나와서 방황을 하다가 어디로 갈 것인가

머리를 쥐어짜다가 무작정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행선지는 있어야 하기에 휴게소에서 지도를 얻어 탐색을 했다.

나는 한 번도 먼저 전화한 적이 없는데 가끔 편하게 안부를 묻는 친구가 있다.

부산에 산다. 너무 멀다.


어제 밤늦게 전화한 마산에 사는 젊은이는 어떨까?

대화를 나누다가 이 사람과 더 대화하고 싶어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전화번호를 사수해야 할 정조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냥 가르쳐줬다.

마산 근처에 오면 언제라도 전화하라고 했다.


어떤 이는 내가 겁이 없다고 그러지 말라고 한다.

스토커에게 걸리는 상상을 전하기도 하면서 걱정을 해준다.

남편을 빼앗긴 여자에게 두려움은 남아 있지 않다.


부산은 멀다 했는데 마산과는 차로 30분 거리였다.

대구쯤 지나서 갈 거라고 전화를 했다.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라는 그를 태우고 해안 순환도로를 달렸다.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커피와 담소, 원조마산 아구찜으로 포식......


그 젊은이가 서울에 오면 후한 대접을 하기로 했는데

그나 나나 그 이후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고마웠다고 해야 하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부산 친구가 전화했을 때 마산에 갔었다고 하니 무척 아쉬워한다.

무작정 떠나기, 다음은 부산이 되겠지. 전국이 일일생활권, 좋다!


잠시 PC방에 들어가 메일을 열었다.

피아니스트 수가 보낸 메일에 답장을 썼다.


어제도 무척 더웠죠?

이 무더위를 헤치며 시원하게 도착한 소식이 더욱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군요.

읽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는 그 책은 아니지만 같은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가슴이 따뜻한 사람만이, 마음이 포근한 사람만이 그 내용에 공감하고 미소 짓게 하는 책이지요.

그러므로 수도 그런 사람이란 말씀.

아무리 자신이 조폭이니, 건달이니 하고 떠들어도 인간미는 어쩔 수가 없군요.

제가 고교 시절 사진을 보면 눈초리가 올라갔어요.

그때는 무슨 불만이 그리 많았는지 다 못마땅했어요.

그러다 대학 다니고, 직장 다니면서 서서히 풀려서 눈초리도 점점 내려 왔답니다.

지금은 너무 웃음이 많아서 스스로 푼수 같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그 남자 앞에서는 아니죠.

각설하고, 시간 있을 때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죠.

가끔 팔리지 않아 쌓아 둔 책 중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아시나요?

방학이 되면 그럴 기회가 생기겠죠.

가끔 책을 선물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남에게 보낼 책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취향에 맞는지, 이미 읽은 책은 아닌지......

어려운 선택 끝에 추천해 주신 책 ‘모든 위대한~~’ 의 내용은 뭇 남성들에게 귀감이 되는 글이네요.

그 탁월성에 여성을 대표해서 찬사를 보냅니다.

이제 그만 들어가야겠어요. 쓰고 싶을 때, 시간 있을 때 소식 전할게요.


수에게 메일을 보내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문자도, 부재중 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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