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여러 번 울리는데 받지 않았다.
정말 받기 싫으면 꺼놓을 텐데 요란한 소리를 내며 껌뻑이는 불빛을 보며 그의 번호를 확인하는 내 표정, 즐거운 악녀의 표정이다.
부산으로 가려고 일찍 나와 생각하니 정말 멀다. 그래도 이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망설이다 해는 중천에 뜨고 아래를 보니 구두가 너무 더럽다. 부산이고 뭐고 구두나 닦아야겠다.
장 자성은 나를 기다릴까, 걱정이나 할까? 전화를 한 것을 보면 궁금하기는 한가 보다.
또 PC방에 들어갔다. 메일을 여니 연의 시 한 편이 도착해 있다.
창가사이로 촉촉한 얼굴을
내비치는 햇살같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주며
이마에 입맞춤하는
이른 아침 같은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드러운 모카 향기
가득한 커피잔에
살포시 녹아가는 설탕같이
부드러운 미소로 하루시작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분히 흩어지는
벚꽃들 사이로
내 귓가를 간지럽히며
스쳐가는 봄바람같이
마음 가득 설레는 자취로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메마른 포도밭에 떨어지는
봄비 같은 간절함으로
내 기도 속에 떨구어지는
눈물 속에 숨겨진 사랑이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삶 속에서
영원히 사랑으로 남을
어제와 오늘.. 아니
내가 알 수 없는 내일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하
힘들고 지칠 땐 언제든지 님의 곁에 있을 겁니다. 잠시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도록.
오늘 하루가 있음에 감사드리며 이 모두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아름다운 마음이 항상 곁에 있기를......
오늘 하루도 님에게 좋은 시간이 되세요.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하루......
전화번호도 묻지 않고 만나자는 말도 안 하면서 시인의 표현을 빌어 사랑을 고백하는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내 마음은 수에게로 기울어져 있다.
안녕! 수, 어제도 늦게 잠드셨겠지요. 저도 가족이 늦어서 12시 넘어서까지 깨어 있었어요.
예전에는 책을 읽다가 잠들었는데 이제는 인터넷 탐색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요즘 책을 멀리 하고 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관련된 책은 읽지만 저를 위한 책은 사놓고 읽지 않아 책꽂이에서 울상 짓고 있어요. 점점 남이 뭐라고 어쩌고 저쩌고 늘어놓는 글들이 싫어져요. 자기들이 뭘 안다고, 문자라는 형식을 빌어 종이에 인생, 교양, 교훈 등등 올려놓는 것에 식상한 거죠. 자신이 사고하고 직접 발로 뛰어 얻는 것이 정말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스스로 위안인지 합리화인지, 그러고 삽니다. 아주 삐딱하고 교만하지요. 저와는 다르게 확실한 자기 영역에서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음악 활동을 하시는 수를 존경합니다.
학교 진입로와 교정에 영산홍, 철쭉, 모란이 붉게 피었어요. 그 짧은 아름다움이 아쉬워 사진으로 남겨 두려 했더니 비가 오네요. 어느 봄날에 동료가 저를 부르더니 '선생님, 저 꽃 좀 보세요. 모란꽃, 마치 선생님 같아요!' 이러는 거예요. 저는 라일락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풍염한 자태의 모란이라니 내가 저렇게 넉넉한 아름다움을 지녔단 말인가, 라일락을 닮았다고 해주지 했었는데 모란을 보니 그 말이 그리워지네요.
이 옛이야기를 듣고 함부로 저의 모습을 상상하지 마세요. 오래오래 향기로운 친구가 되고 싶어요.
아주 많이 아름다운 기쁨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수를 생각하는 주리로부터
집으로 들어서니 장 자성 이 인간은 그새 또 나가버렸다.
전화 온 것을 받지 않았더니 옳다구나 하고 나갔나 보다.
전처럼 화가 나지 않는다. 이러다 관계 회복이라도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아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