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

by Anima

채팅하다 알게 된 피아니스트 수는

두드림에 응답한 몇 남자들 중 하나였다.

생각해 보면 쓸데없이, 정말 쓸데없이 장 때문에 잠을 못 이룰 때였다.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익명으로 대화를 시작했을 때 서툴고 느리게 다가왔다.

그는 채팅이 처음이고 메일 쓰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친구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다 같은 사람으로 보이다가도 진실이 만나는 순간 친구가 되지요.

이성 사이에 친구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요. 저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고요.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출발한다는 것은 제 생각과는 다릅니다.

서로의 마음이 어디까지인 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돌아서는 일이 있었지요.

어떤 목적이 없이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친구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윤기를 더해 주는 친구, 늘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

그러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런 단계까지 다다른 이성 친구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나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채팅으로, 메일로, 전화로......

장이 그랬듯이 나도 그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가 보고 싶으니까,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니까.

이제 장을 탓할 일이 아니었다.

늦게 나오라고 해서 미안해요. 늘 일이 늦게 끝나서 그래요.

낮에는 뭐 하세요?


낮에는 앨범 작업도 하고 레슨 좀 하고. 자기도 하고. 하하.


바에서 연주하는 것 보고 싶어요. 어디예요?


안 가르쳐 줄래요. 앨범도 주고 그대만을 위해 연주도 해주잖아요.

새벽에 들어와 처음 컴퓨터를 켜고 만난 사람이 나라니 신기했어요.


느릿느릿한 나를 잘 이끌어줘서 대화를 했잖아요.

긴 얘기는 안 했지만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왠지 모르게 편했어요.

나도 그랬어요. 며칠 대화하다 갑자기 만나고 싶어 했죠. 서로.

그때 입은 옷이 둘 다 검은색이었던 것 기억나요?

나는 검정 스텐칼라 셔츠에 주리 씨도 검정 원피스.

슬릿 사이로 드러난 다리가 참 매력적이었어요.

내 다리를 본 사람이 당신이라 무척 다행이었죠.

누구라도 눈이 갔을 거예요. 나도 모르게 옆자리에 앉았어요. 처음인데 무례하게도......

그래서 어색함 없이 더 가까워졌잖아요.

누가 먼저 팔을 끌어당겼나요?

기억이 안 나네요. 그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요.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나나 그나 다른 삶이 있고 그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할 때는

일이 끝나는 밤 12시 이후라 쉽게 나갈 수가 없는 시간이었다.

대신 전화와 메일로 그의 위로를 받고 연주회에 초대를 받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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