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그만 만나요

by Anima

하루하루 그렇게 지냈다.

경영인 연에게는 사랑의 시로, 피아니스트 수에게는 피아노 연주로 위로를 받으며

장이 늦게 들어와도 무관심한 척 심드렁, 채팅을 하며 매일 새로운 남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장에 대한 미움이 짙어질수록 미지의 남자와의 대화는 점점 쉴 수 없는 일과가 되고 있었다.


외도한 배우자를 본 누구는 종교에의지하고, 누구는 술에 의지하고,

누구는 우울증에걸렸다는데

나를 해치지 않는 방법은 그와 똑같은 짓을 해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울화를 발산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구의 비난이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는 심적 고통, 쓰라린 환부와 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드러내도

현실의 나를 모르는 그 사람들은 다 들어주고

같이 아파했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얼굴을 보지 않고도

그 사람에게 끌리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잠깐 호감을 주기 위해서라 해도 좋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방법이 주효했는지 장은 슬슬 일찍 들어오기 시작했고 주말에도 나가지 않았다.

사랑타령이 심했던 손상희에게 메일로 협박했던 것이 두 사람을 갈라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주변의 여자들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조용했다.

나 역시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수와 채팅을 했고 그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메일을 읽었고

보고 싶다고 하면 새벽이라도 나갔었다.

언제부터인가 장의 변화된 모습에 수와 만나는 일이 양심에 가책이 되었다.

이제 그만 만나야겠어요.


아니, 왜요?


그 사람에게 미안해졌어요.

우리 좋아하잖아요, 서로.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 그에게도 미안해요.

내가 왜 당신을 만나게 됐는지 알잖아요.


단지 그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했지요.

난 그래도 좋다고 했고요.

그가 이제 내게 돌아오겠대요.

그 여자와 안 만난 대요.


그걸 믿어요? 전처럼 또……


한 번 믿어 보려고요.

마음과 몸은 그쪽으로 가도 나 만나주면 안 돼요?


그럴 수 없어요. 그 사람에게나 당신에게나……


이제 장에게 복수할 필요가 없으니 그와 헤어져야 한다.

수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만났으니까.

장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마음은 백지 같았다.

백지에 다시 사랑이라는 붉은 글씨를 쓰는 것 같았다.


요즘 참 덥지? 땀 없는 나도 힘든데

자기는 하루에 한 동이씩은 흘릴 거야.

잘 때도 따로 자야 되니 정말 싫은 계절이야.

방이 하나밖에 없으면 모두 모여 잘 텐데......


오늘 더워서 머리를 틀어 올렸더니 학생들이 아우성이야.

짜식들이 아줌마 선생한테 아직도 기대를 한다니까, 참나.


아침마다 정신이 없지? 나와 주성이 때문에.

자기도 신경 써주면 좋을 텐데 소리나 지르고 있으니 좀 그랬어.

내가 단념해야겠지? 신경 써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어.

자기 일이나 빨리 자리 잡고 안정되었으면 좋겠어.


이 메일 쓰고 주성이 데리러 가야지.

날도 더운데 엄니는 에어컨을 아낌없이 켜고 계신지....


-여보를 다시 사랑하려는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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