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나지 않겠다는 말에 수가 상처를 받았을까?
그 후로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서너 달이 지난 후에 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잘 지냈어요? 지금 나올래요?
지금? 12시가 넘었는데요.
미안해요. 참, 그 사람과는 잘 지내나요?
사람은 잘 안 변하더군요.
그럼 우리 다시 만나요. 보고 싶어요.
연주회는 언제 하시나요?
8월에 삼성동에서 해요. 초대장 보낼게요.
연주회에서 그를 본 것은 두 번이다.
처음은 단풍이 짙어갈 무렵 친구들과 성남에서 공연하는 그를 찾았다.
대기실로 들어가는 그를 붙잡지 못하고 손만 흔들어 인사했다.
이번엔 한 장만 보내요. 혼자 갈래요.
못 만날지도 몰라요.
알아요. 무대 위 당신을 보는 것만으로 좋아요.
연주회가 끝나고 사람들에 섞여 그의 앨범에 사인을 받으려 기다렸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그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반기며 주위로 모여들었다.
앨범에 ‘주리 씨에게’라고 쓰는 그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다소 떨리는 듯했다.
몇 달 후 거의 12시가 돼가는데 전화가 왔다.
지금 20분 후면 당신 집 근처 지날 것 같아요.
어디 갔었어요?
양평에서 친구들과 만났어요.
술 마셨나 봐요. 운전하는 건 아니죠?
전철 탔어요. 나올 수 있어요?
너무 늦었어요. 그냥 가세요.
꼭 보고 싶어요. 집 근처에서 내릴게요.
그러지 마세요. 그냥 가세요. 못 나가요.
그를 안 본 지 1년이 지난 초겨울이었다.
우연히 블로그를 보다가 한 팬이 남긴 글을 보게 되었다.
공연을 하면 가보겠다고 했는데 그의 장례식에 갔다는......
마지막이 될 줄을 몰랐다.
그가 만나고 싶다고 할 때 나갔어야 했다.
그가 걸었다던 한강변으로 나갔다.
지나가는 전철을 바라보았다.
몇 정거장 뒤에 그의 집이 있다.
그는 나를 이해했을까? 용서했을까?
그가 없는 자리에서 연주 앨범을 꺼내든다.
Over the Rainbow
Shape of My Heart
Remain 못다 한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