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좋다.
다시 이야기를 맺을 기회를 얻었다.
이건 마치,
귀가 기린에게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내린 것과 다름 없는 절호의 찬스다.
"사랑해."
기린의 입을 빌어 말하고 싶었다.
사랑해, 라고.
사랑해.
너무나 평범한 말이지만,
너무나 소중한 말이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 이야기는 13인의 발기인 중 하나가 몇 년 전 돌고래 다리에 대한 괴담을 내게 들려주며 시작되었다.
돌고래 다리에 대해 한 번 상상을 하면
그 이미지가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러다 어느날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게 된다는,
그럴 듯하고 유치한 괴담 같은 거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뇌리에 깊이 박혀,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늘상 이렇게 얘기하게 되는 것이었다.
"돌고래 다리!"
내가 돌고래 다리라고 느닷없이 외치면 녀석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씨. 너 때문에 또 생각났어. 아씨."
이러며 짜증을 냈다.
지가 먼저 시작 해놓고선.
아무튼.
그 이후로, 귀와 기린은 한국으로 귀국하고, 쥐와 세르게이와 함께 소소한 사고들을 해결하며 돌고래 다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사장은 세르게이다.
우리의 월급도 세르게이가 준다.
쥐와 귀가 가끔 다투는 것과
사무실이 차고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를 못하고,
세르게이가 의외로 에어컨을 고치는 데 소질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뭐,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삶이다.
아무려면 어떠한가.
그랬거나 저랬거나
돌고래 다리 클럽인 것을.
잠깐.
지금 또 전화가 울린다.
달칵.
수화기에서 낯선 음성이 흘러온다.
"당신은 지금 돌고래 다리 클럽으로 초대되셨습니다."
'누구지?'
인터넷 창에 사라졌던 돌고래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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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이 돌고래와 사이 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돌고래가 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에게 진짜 사랑을 가르쳐 준 모양이다. 둘 다 몹시 행복해 보인다.
가자.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러.
- 지금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자리와 기린의 말을 빌어,
여러분께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빈자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