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by 빈자루

엘리베이터가 천장에 붙어서 내려오질 않았다. 당장이라도 도둑 새끼가 가방을 들고 튈 까봐 겁이 났다. 엘리베이터를 버리고 계단으로 튀었다. 등과 목에서 땀이 흘렀다.

총무가 무표정하게 나를 봤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복도를 지나다 분홍색 더플코트와 마주쳤다. 내가 고개를 숙였는데 분홍색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가 천천히 내 옆을 지나갔다.

문을 열자 돼지들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돼지들의 틈을 지나 내 자리로 돌아왔다. 가방이 있었다. 지퍼를 열어 책을 모두 세 보았다. 다 있었다. 땀이 아래로 흘러 내렸다.

가방을 메고 돼지들의 사이를 지났다. 문을 열었다. 복도를 지났다. 총무가 고개를 들었다. 총무가 고개를 숙였다. 신발을 신었다.

화장실 앞에는 남자와 여자 무리가 모여 있었다. 그들이 말했다. 소리를 들었다. 내가 다가갔다. 그들이 말을 멈추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몸을 엉겨 그들이 길을 터주었다. 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화장실 문을 닫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후드 앞섶을 당겨 냄새를 맡았다. 냄새가 났다. 눈이 감기고 졸음이 몰려왔다.

세면대에 물을 틀고 귓바퀴와 목을 문질렀다. 김이 올라와 거울에 습기가 찼다. 손바닥으로 거울을 닦았다.

‘니 옥상으로 따라 온나.’

내가 말했다. 거울 속 남자의 얼굴이 뒤틀려졌다. 나는 찬물을 모아 거울에 끼얹었다. 남자가 사라졌다. 습기가 사라졌다. 나는 다시 냄새를 맡았다.

'니 옥상으로 따라 온나.'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이 뒤틀렸다.

웃옷을 까뒤집어 얼굴을 닦았다. 냄새가 났다. 냄새를 맡았다. 옷을 까뒤집어 얼굴을 닦았다.

가방을 메고 화장실을 나왔다. 소리가 멈췄다. 남자와 여자 무리가 몸을 붙였다. 길이 생겼다. 나는 그 사이를 지나갔다. 소리가 났다. 총무가 고개를 들었다. 총무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돼지들의 사이를 지나 자리로 돌아왔다. 가방을 내리고 다시 책의 갯수를 신중하게 세었다. 책의 갯수는 맞았다.

쩌겅.

바람이 불었다. 몸이 떨렸다. 바닥이 따뜻했다. 졸음이 왔다. 나는 다시 앞섭을 당겨 냄새를 맡았다.

쩌겅.

뭐를 꺼내 공부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노트에 책의 맨 앞장부터 적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책을 꺼냈다. 다시 책을 넣었다. 다른 책을 꺼냈다. 책을 넣었다. 다시 책을 꺼냈다.

아까부터 지우개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필통을 흔들어서 털어봤지만 지우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새끼가 또 훔쳐갔나. 도둑은 보이지 않았다. 돼지들은 아무말도 없었다.

가방의 책을 모두 꺼냈다. 가방 속을 뒤졌다. 독서대의 뒤를 봤다. 책의 사이를 봤다. 지우개가 보이지 않았다.

쩌겅.

발아래와 뒤를 봤다.

지우개가 없었다.

쩌겅.

몸을 아래로 넣어 아래를 봤다.

지우개가 없었다.

책의 갈피를 훑었다.

지우개가 없었다.

빌어먹을.

지우개가 군인 머리의 발밑에 굴러가 있었다. 군인 머리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쩌겅.

몸을 뒤로 밀치고 군인 머리의 발아래로 손을 뻗었다.

쩌겅.

의자에서 소리가 났다.

조금만 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캉.

의자가 나자빠졌다.

사람들이 나를 보았다.

나는 지우개를 주웠다.

군인 머리가 일어났다.

군인 머리가 나를 봤다.

군인 머리가 나갔다.

나는 일어났다.

군인 머리를 따라갈까 하다가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군인 머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발을 뻗고 얼굴을 품 속에 품었다. 잠이 몰려왔다.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https://youtu.be/t84cqev5mlA



<와! 월요일이다! ㅠㅠ>

이전 05화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