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마실꺼에요?”
“뭐라구요?”
“뭐 마실 꺼냐 구요!”
젊은 여자가 메뉴판을 흔들며 외쳤다. 나는 흔들리는 종이판을 보다가 떠오르는 것이 없어 물었다.
“어떤 게 좋나요?”
그녀가 물었다.
“혼자 오셨어요?”
“뭐라구요?”
“혼자 왔냐구요.”
음악이 들렸다. 불빛들이 흔들렸다.
“아니 혼자에요.”
내가 크게 말했다.
여자가 큰 소리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메뉴를 주문했다. 그녀가 사라졌다.
“뭐 이 새끼야. 내가 언제 그랬어.”
옆 테이블에서 머리를 노랗게 들인 남자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소리쳤다. 마주 앉은 큰 남자와 화장이 짙은 여자가 낄낄거렸다.
“왜 이 쌍놈아. 니가 그때 그랬잖아.”
큰 남자가 노랑머리에게 삿대질을 했다. 여자가 그걸 보며 입을 가리고 술을 마셨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눈인사를 하자 그녀가 커다란 남자의 귀에 대고 속닥였다. 남자가 나를 보길래 눈을 피하지 않고 그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가 말했다.
“뭘 꼬라 봐.”
나는 고개를 돌리고 폰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음악 소리가 쿵쾅거렸다.
“재수없어.”
남자가 말했다.
나는 남자의 말을 듣지 못하고 술을 마셨다. 남자와 여자가 크게 웃었다.
"재수없어."
내가 말했다.
남자와 여자가 듣지 못하고 술을 마셨다. 나는 폰을 들었다 내려놓았다. 손을 들어 점원을 불렀다.
"여기 냄새가 이상해요."
내가 말하자 점원이 허리를 숙여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여기 이상한 냄새가 난다니까요. 안 그래요?"
내가 말하자 그녀는 정말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며 불편하다면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몇시까지 일하세요?"
그녀가 손으로 머리카락을 다시 쓸었다. 나는 그녀의 귀를 봤다.
열두시 까지라고 그녀가 대답했다.
그때까지 있어도 되냐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일이 끝나면 남자친구가 데리러 온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녀에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괜찮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녀가 웃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소주를 한 병 더 시키고 홀로 걸어나갔다.
"춤을 춰도 되나요?"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귀를 붙이며 뭐라고 했냐고 나에게 물었다.
"춤을 춰도 되나요?"
내가 다시 물었다.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앉아 달라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시 사과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사라졌다.
"내가 언제 그랬냐고."
옆자리의 남자와 여자가 다시 크게 웃었다.
그들을 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웃고 있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 다시 홀로 걸어나갔다.
"자리에 앉아 주세요."
점원이 달려와 말했다.
나는 정말로 춤을 추면 안되는 거냐고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그래선 안된다고 대답하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으니 더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 것은 아니며 술이 아주 세다고도 얘기했다. 그녀가 알았으니 자리로 돌아가서 앉아 달라고 부탁했다. 늙은 남자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시죠?"
나는 남자에게 내가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것과 이곳의 음악이 매우 시끄러우니 소리를 줄여야 한다고도 얘기했다. 남자가 알겠으니 나에게 자리에 돌아가 달라고 공손하게 부탁했다. 나는 그에게 당신이 잘못한 것은 없으니 나에게 사과할 것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나에게 원하는 것은 자리로 돌아가 앉아 주는 것 뿐이라고 했고 나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했다. 덩치 큰 남자가 나를 돌아보았다.
"씨발."
내가 외쳤다.
덩치가 일어나 멱살을 잡았다. 늙은 남자가 큰 남자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음악이 꺼졌다.
나는 자리에 앉고 싶지만 이 남자가 나를 세게 잡고 있어서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고 얘기했다. 늙은 남자가 커다란 남자에게 손을 놓으라고 지시했다. 남자가 나를 놓았다. 노랑머리가 나를 노려보았다. 자리로 돌아가다가 테이블 위의 술병을 넘어뜨렸다. 남자가 뺨을 때렸다. 피맛이 났다. 사장이 달려왔다. 사장이 당장 나가라고 나와 큰 남자에게 명령했다. 덩치가 나를 몇 번 더 후려 갈겼다. 나는 알겠으니 그만하라고 그에게 대답했다. 덩치가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음악이 다시 흘러나왔다.
자리에 앉아 손 두덩을 주무르다 핸드폰을 건드렸다. 남자와 여자가 웃고 있었다.
나는 병을 들고 일어나 천천히 입구를 향해 걸었다.
“이 개새끼들아!”
병의 목을 잡고 던졌다. 병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계단을 밟고 뛰었다. 가방이 덜렁거렸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사람들이 길을 비켰다. 웃음이 나왔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한 화를 더 올립니다.
요샌 운동회에 화약 냄새가 나지를 않네요.
화약 냄새를 맡고 싶어요. 운동회장에서요.
고약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