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_ 애송이

by 빈자루

산비탈을 내려가던 명월이 별안간 뒤를 돌며 말했다.

"나는 약한 남자는 좋아하지 않아."

명월이 얼굴을 잠시 붉히고 비탈을 빠르게 달렸다. 장수가 그 뒤를 쫓으며 입에서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어찌하지 못했다. 앞 선 명월의 저고리 자락이 나비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그날 저녁. 사당나무 뒤 어둠 속에서 장수를 기다리던 그림자 몇이 집으로 가던 장수의 길목을 가로막았다. 피를 흘렸던 뚱보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형님. 저 놈이에요. 저 놈이 제 얼굴을 들이받고 코를 으깨 버렸어요."

장수보다 키가 일곱 치 반 정도 크고 얼굴에 붉은 자국이 가득한 풋청년이 뚱보를 옆으로 밀며 앞으로 나왔다.

"너냐?"

앳된 얼굴의 청년이 짧게 물었다.

장수가 주춤하며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나무를 하러 다니다 근처 고을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그는 허리춤에 나무 막대를 차고 있었다. 장수가 걸음을 뒤로 물리며 말했다.

"저 녀석들이 먼저 제 동무를 괴롭혔어요. 그 아이는 혼자였구요."

"우린 그런 적 없어. 저 녀석이 거짓부렁을 하는 거예요. 우린 지나가던 길인데 저 녀석이 난데없이 튀어나와 얘 코를 이렇게 만들어 놨어요."

족제비가 장수의 말을 받아쳤다. 그가 가리키는 뚱보의 코는 보기 흉하게 비뚤어져 있었다.

퉷.

붉은 얼굴이 침을 뱉었다.

"너희들 저 얘 말이 사실이냐?"

풋나기 청년이 뒤를 돌아 뚱보와 족제비에게 물었다. 청년이 뚫어지게 쳐다보자 족제비가 말을 절었다.

"...아 아니 그건..."

쩍.

쩍.

연달아 하얀 빛이 족제비와 뚱보의 눈 앞에 번쩍였다. 붉은 얼굴이 거침없이 뚱보와 족제비의 안면을 후려쳤다. 입술에서 피가 흘렀고 장수가 놀라 그 광경을 지켜봤다.

"물러나 있어."

세찬 매질이 끝난 후 붉은 얼굴이 소년들에게 말했다.

그리곤 장수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그 애 대신이었단 말이지?"

주춤하다 장수가 대답했다.

"그래요. 그랬어요. 내가 그 애의 대신이었어요."

장수가 외치자 붉은 얼굴이 장수 쪽으로 검은 목단을 던지며 말했다.

"잡아."

목단이 초승달 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장수가 멈칫했다. 그가 여태 쥐어 본 무기라고는 나무를 깎아 만든 지겟대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그걸 사람에게 휘둘러본 적도 없었다. 그럴 엄두도, 필요도 없었다.

"잡으라고."

붉은 얼굴이 말했다.

"내가 이 애들의 대신이다."

붉은 얼굴의 입꼬리가 실쭉 올라가고 목단을 어깨에 걸친 체 그가 맴을 돌았다. 장수가 조용히 허리를 굽혀 목단을 손쥐었다. 목단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소년들이 둘을 가운데 두고 조용히 물러났다. 장수와 붉은 얼굴의 맴돌기가 계속되었다.

빡.

붉은 얼굴의 목단이 장수의 어깨를 내리쳤다.

윽.

장수가 칼을 떨구며 왼손으로 맞은 부위를 감쌌다.

빡.

쉴 틈을 주지 않고 붉은 얼굴이 장수를 뒤로 밀어붙였다. 장수의 손등, 머리, 이마, 어깨에 뼈 부서지는 통증이 덮쳤다. 장수가 머리를 감싸고 붉은 얼굴의 몸통 쪽으로 몸을 날렸다.

퍽.

목단을 쥔 붉은 얼굴의 팔꿈치가 장수의 등에 무자비하게 꽂혔다.

흑.

장수가 붉은 얼굴의 가랭이 아래로 주저앉으며 신음을 뱉었다. 붉은 얼굴이 장수의 안면을 후려찼다. 장수가 뒤로 크게 나자빠졌다. 붉은 얼굴이 천천히 걸어와 위에서 장수를 내려다 보았다. 장수가 필사적으로 목검을 찾았다.

"일어나."

붉은 얼굴이 장수의 목덜미를 잡아 세웠다.

"자."

그가 흑단을 발로 차 장수 쪽으로 밀었다. 장수가 코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그가 밀어 준 흑단을 손에 쥐었다. 피가 차가웠다.

붕.

칼이 날아오다 장수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칼 끝에서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전율이 마디 곳곳으로 전해졌다. 등 뒤의 척추기둥. 오금과 허리 언저리. 배꼽 아래와 발가락 마디 끝까지. 구석구석이 저릿했다. 장수가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붉은 얼굴이 칼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가와 귀에 대고 말했다.

"애송이구나."






https://youtu.be/dJ0bJQf5qGA


저는 학교 다닐 때 정말로 형들한테 맞아본 적이 있어요. 계단으로 끌려가서 발차기를 계속 맞았는데 너무 무서우니까 아프지도 않더라구요 ㅋ 이십년 전만 해도 흔한 일이었네요. 그땐 너무너무 무서웠는데 다행히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하면서 길에서 그 형들을 안만나도 되어서 살았어요. 휴... 그냥 그때 한번 대들어볼껄. 그럼 일짱 먹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니 그러면 안되었을라나?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또 출근을 해야 하네요 ㅠ


다들 힘내세요 ㅠㅠ


부디 내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기를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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