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_ 출근

by 빈자루

강자지존(强者至尊).

오온과 현제양이 쓰러진 자리에서 괴로워하던 동료들에 마교가 던진 미끼였다. 그들은 미끼를 물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을 용서했다. 무림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고 살아남기 위해 짓밟았다. 약한 것이 짓밟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짓밟힌 자는 짓밟았고 짓밟은 자는 짓밟혔다. 만인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그들이 만든 것은 지옥이었다.

이제 무림을 기억하는 이 한 이도 남아있지 않다.

오직 소설가 이장수씨 만을 제외하고.







*

"살... 살려주세요."

식인귀(食人鬼).

회사로 가기 위해 내가 올라탄 것은 흡사 식인귀와 같았다.

"살려주세요."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사람의 몸들이 무자비하게 들어왔다. 무자비하게 들어온 몸들이 무자비하게 나를 짓눌렀다.

_축골공(縮骨功)

소용없었다. 뼈와 뼈 사이의 마디를 어긋나게 하고 근육을 종잇장처럼 압축하였지만 식인귀의 입으로 물밀 듯이 밀려오는 살덩이들은 내게 한 줌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서 더 자리를 내어주면 앞 좌석의 여인에게 몸을 향할 터.

_만근추(萬斤錘)

나는 몸을 만근의 추와 같이 아래로 내렸다.

"아씨."

뒤에서 아저씨가 작게 소리를 냈다.

흥. 허나 나는 무림촌의 총아로 60성에 달하는 공력을 지녔던 기재. 저깟 아저씨 따위에게 내가 밀릴 리가 없다. 나는 눈을 깔고 아저씨를 힐끗 내려봤다. 대머리. 나는 만근추의 무게를 더욱 깊숙이 박았다.

"허..."

기분 나쁜 온기가 목덜미를 쓸었다. 아저씨가 숨을 쉴 때 마다 뒷덜미를 소에게 핥히는 것 같았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따뜻한 온기를 참지 못하고 꾸벅 졸고 있었다. 부릅.

'흡성내공(吸星內功)?'

나는 놀라 뒤를 돌았다. 아저씨가 끈적하게 눈꺼풀을 반쯤 내리고 멀리를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아까보다 생기를 띄고 있었다.

'설마?'

아닐 것이었다. 무림의 모든 기예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 기껏해야 동네 산이나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취미로 할 것으로 보이는 사내가 지하철에서 흡성내공을 펼친다? 그럴리가 없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저씨의 눈과 마주쳤다. 그가 졸린 표정으로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 크게 하품을 했다. 역시. 그럴리가 없겠지.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장수. 지금은 오로지 명월과 소소만을 생각해야 한다. 너는 스승의 복수마저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전쟁터로 돌아가고 있지 않느냐. 네가 어제 다린 빳빳한 양복을 생각하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번 역은 역삼, 역삼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역삼이다. 내려야 한다.

우씨.

몸이.

끼어서.

나갈 수가 없다.

"디스 스탑 이즈 역삼, 역삼. 더 도어스 아 온 유어 라이트."

안돼. 나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치앤팡다오짠쓰 이싼짠, 이싼짠."

"비켜주세요. 비켜주세요. 제발 좀 비켜주세요."

"츠기 와 에키사무, 에키사무 에키데스."

포기해야 하나?





https://youtu.be/XxpSwJ_pftw


힘내세요 ㅠ 왜 이렇게 쓰면서도 슬프죠? 힘내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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