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_ 소소

by 빈자루

술에 취한 사람들.

속삭이는 연인들.

껌을 씹는 여자와.

다리 꼬은 남자.


나는 다시 사람들 속으로 빨려 들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들었다. 부재중 전화가 스물 다섯 통 찍혀 있었다.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






*

조평이 떠나던 날 장수는 명월을 보고 있었다. 푸른 달이 살구꽃에 가려지던 밤이었다. 살구꽃은 조용히 흔들렸고 명월은 울고 있었다. 조평은 선선히 밤 길을 걸어 떠났다. 싱긋.

예의 장수가 좋아하던.

그 미소만을.

남긴 채.

명월이 울었다.



*

"..."

"왜 그래?"

"..."

"왜 그래?"

"...자기야..."

명월의 목소리가 떨렸다.

명월이 말을 하지 못하였다.

차창 밖이.

빠르게 변했다.

나는 직감했다.

"소소가 왜?"

두려웠다.

명월이 말했다.

"소소가 없어."


나는 천천히 역을 걸었다. 사람들이 스쳤고 밤이 와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걸으려 노력했다.

"여보 미안해... 소소가."

명월이 말했다.

"없어."

나는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나는 소소가 없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소소가 없다니.

왜. 대체 왜?

빛이 반짝거렸다.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소소가 없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분명 소소는 있을 것이다. 아침에 나올 때만도 분명 작은 손을 나에게 포개주지 않았는가. 그런데 소소가 없다니. 이건 거짓. 거짓이다. 나는 명월이 미웠다.

그녀가 거짓말을 할 무언가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언가의 이유를 나는 몹시 찾았고 나는 거짓을 말하는 그녀가 몹시 미웠다.

"뭔 소리야. 왜 소소가 없어?"

내가 물었다.

"계속 찾았어."

명월이 말했다.

"그런데. 소소가 없어."

"제대로 안 본 거겠지. 왜 소소가 없어."

"여기 있어야 하는데."

명월이 말했다.

"여기 소소가 없어."

명월이 정류장 한 쪽을 가리켰다.

비어 있는 공간에.

마치 뭐가 있는 것 처럼.

"선생님이 버스에서 내리고."

명월이 말했다.

"아저씨가 소소 데려갔다는데..."

명월이 말을 이었다.

"소소가 없어."

남자?

내가 명월에게 말했다.

"바로 전화를 했어야지."

명월이 울었다.

"자기 없었잖아. 자기가 받지를 않았다구."

그녀가 울고 있었다.

"내가 무슨 전화를 안 받아. 나는."

나는 말을 멈췄다.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떡해. 소소... 소소 어떡해..."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미안해. 자기야..."

명월이 울었다.

나는 명월이 우는 것을 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견딜 수가 없다.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기다려."

"내가 소소 데려올게."





https://youtu.be/85NcfZpdbjQ


많이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31화를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문사진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베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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