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_ 양명

by 빈자루

"이랏사이 마세."

웃기고 있네. 포장마차 주제에 무슨.

앞을 보는 순간.


순간.

나는.


커서가 멈추었다.

양명 형님이.

양명 형님이.

양명 형님이.

앞치마를 두르고 꼼장어를 썰고 있었다.






*

승광과 오온이 1차 정사대전에서 살아 돌아오던 때 승광의 손에는 고운 강포에 쌓인 아기가, 오온의 손에는 피 묻은 헝겁에 쌓인 아기가 들려있었다. 고운 강포에 쌓인 아기의 이름은 조평, 거친 헝겁에 쌓인 아기의 이름은 양명이라 지었다. 양명과 조평은 각각 무림촌 제 1검과 2검으로 자랐다. 아이들은 그들의 출생을 몰랐다. 훗날 2차 정사대전의 끝. 장성한 양명과 조평은 무림맹과 사도연합에 각기 몸을 의탁한다.



*

"형님!"

형님은 말없이 꼼장어를 썰었다.

꼼장어가 불판 위에서 꼼지락 익었다.

"형님!"

형님은 말이 없으셨다.

탁탁탁.

꼼장어가 곱게 썰려 접시 위에 올려졌다. 종이 접시는 가벼웠고 꼼장어에선 김이 모락 올랐다.

"앉지."

형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말없이 형님 앞에 의자를 빼어 앉았다. 의자가 낮고 위태로웠다. 형님이 저를 내어주셨다. 나는 말없이 나무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틱.

젓가락이 반쯤 붙어 쪼개졌다. 형님이 저를 다시 내어주셨다.

탁탁탁.

형님이 말없이 순대를 써셨다. 낡고 더럽혀진 오래된 부엌칼이었다. 칼에서 고기의 내장이 썰려나갔다.

"들지."

형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저를 들었다.

"오랜만이군."

형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순대를 한입 베어 물었다.

무림촌의 향기가.

입안 가득. 베어나왔다.

쪼륵.

형님이 술을 반쯤 따라 내어 주셨다.

나는 단숨에 술을 넘기고 형님에게 잔을 드렸다. 쓴 술이 오가길 연달았다.

"어찌된건가."

형님이 하문하셨다.

어찌된 일이라니. 무림맹으로 떠나던 날 양양하던 형님의 모습을 기억하는 데. 나에게 형님의 하문은 맥이 없었다.

"스승님은...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사형에게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렸다. 양명 형님과 조평 형님이 떠난 후 스승님을 뵈러 찾아왔던 무림맹과 사도연합의 사람들. 그 이후 피에 쓸려나간 무림촌의 정황과 내가 무림촌을 등져야 했던 사소한 이유까지. 형님은 말없이 잔을 비우셨다.

"평이는?"

"떠나신 후로 소식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답했다.

형님의 손에 들린 식칼이 떨렸다.

칼이.

우는 듯 했다.

"누구냐. 그자가."

형님이 물었다.

나는 답하지 못했다.

형님이 잔을 채웠다. 나는 잔을. 받아 마셨다.

칼이.

형님의 앞에 놓인 칼이.

푸르게 빛났다.

"하명하시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먼저."

형님이 말씀하셨다.

"오늘 매출부터 확인하겠다."

형님이 말없이 돈통을 열었다. 나는 돈통에 얼마를 넣었다. 형님이 말씀하셨다.

"소주 값도 네가 내는 것이다."

나는 오천 원을 더 돈통에 올렸다.

칼이 징징. 울었다.






https://youtu.be/iBtNt51dEec


배경그림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술을 많이 마셔 정신이 몽롱하네요. 정신이 몽롱해서 미친 글을 쓴 것 같습니다. 미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미쳤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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