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_ 흔들리는 밤

by 빈자루

"먼저."

형님이 말씀하셨다.

"오늘 매출부터 확인하겠다."

형님이 말없이 돈통을 열었다. 나는 돈통에 얼마를 넣었다. 형님이 말씀하셨다.

"소주 값도 네가 내는 것이다."

나는 오천 원을 더 돈통에 올렸다.

칼이 징징. 울었다.






"형님. 무림의 기강이 땅에 떨어졌고 마교는 무림을 욕망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스승님의 유지와 비결이 담긴 비급의 완성은 요원하며 그마저도 회장 무리가 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난관을 어찌해야 합니까. 부디 하명하여 주십시요."


순간.

포장마차를 덮고 있던 거대한 막이 울렸다. 막의 한 귀퉁이가 올라가며 거대한 사내가 빛을 막고 들어섰다. 남자의 눈과 입이 찌그러져 있었고 두 쪽 어깨엔 거슬리는 살기가 등등하였다.

"이랏사이 마세!"

형님이 외쳤다.

"여기 소주 두병이요."

남자가 앉으며 말했다.

"아이 추워."

그의 뒤를 이어 아리따운 여인이 들어와 남자 곁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를 힐끔 보았다. 선이 고운 미인이었다.

"형님. 이제 하명을."

"여기 대령입니다."

형님이 남자와 여인의 앞에 닭발 담은 접시를 올렸다. 붉은 발의 자태가 영롱하였다.

"음. 그렇지. 지금 당장."

"여기 먹태 안시켰는데요?"

"서비습니다.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형님이 신형을 바삐 움직이셨다.

"형님!"

"어? 그렇지... 지금 당장 대륭으로 쳐들어가서."

"여기 오돌뼈 추가요."

"네 금방 드리겠습니다."

나는 소주를 홀로 거푸 마셨다.

이윽코 오돌뼈 담은 접시를 넘긴 형님께서 내 앞으로 고조곤히 앉으셨다.

"미안하구나. 무림맹을 나온 후... 가계가 곤궁하여... 너를 볼 면이 없구나..."

형님이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형님.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요..."

내가 답하였다.

형님이 내 앞에 놓인 소주를 넘기셨다.

"무림맹 역시 의를 담은 자들은 아니었어. 의를 말하는 그들의 입 속에 불의가 도사리고 있었지. 그래도 그때 참았어야 했는데..."

형님이 거푸 잔을 비우셨다. 굵은 형님의 목젖 너머로 이슬 같은 독주가 달게 넘어갔다.

"아닙니다 형님. 자꾸 그런 말씀 마셔요."

울음이 나오려 했다.

"지금 당장 대륭으로 달려가서."

"자기 진짜 왜 그래?"

"아니. 내가 의심하는 게 아니고. 그 남자 누군지 묻는 거잖아."

형님이 옆을 힐끔 보았다.

"지금 당장 대륭으로 달려가서."

"아 진짜 왜 그러냐고? 그게 의심하는 거지 뭐야?"

여자가 소리를 빽 질렀다.

"내가 무슨 의심을 해? 이 여자가 사람 잡네?"

거한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의심이지 뭐야? 왜 자꾸 꼬치꼬치 캐묻는데? 나 간섭받는 거 싫어하는 거 알아 몰라?"

형님이 남과 여를 힐끔 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대륭."

"내가 언제 캐물었다 그래? 내가 언제 캐물었어? 너 어제는 몇시에 들어왔어? 너 세시 다되서 들어온거 내가 모를줄 알아? 나 안자고 있었어. 니가 어떻게 나오나 볼라고 여태 가만있었어. 너 근데 끝까지 말 안하더라?"

"음... 그러니까 지금 대륭으로 가서."

"아 진짜 왜 이래 사람 쪽팔리게. 자기 앉아서 얘기해. 사람들 다 듣잖아!"

여자가 남자를 끌어 앉혔다. 형님이 헛기침을 작게 하셨다.

"흠. 그래. 어디까지 얘기했지?"

"예 형님. 지금 하명을."

"아저씨 여기 소주 하나 추가요."

"아가씨 지금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아저씨 저 안취했거든요. 지금 얼른 주세요. 여기 원래 이래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여기요. 여깄습니다. 먹태 더 안 필요하세요?"

형님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 장수. 그러니까 하명을."

"아니 형님. 하명은 형님께서."

"아 그렇지. 장수. 내 지금 당장."

"흑흑흑."

여자가 울었다.

"흑흑흑."

"으앙. 왜 자기는 나를 몰라주는데? 왜 자기는 나한테 맨날 뭐라 그러는데?"

여자가 울었다.

큰 소리로 울었다.

"장수야."

"예 형님."

"저기."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그런다. 사랑하니까. 계속 같이 있고 안고 싶고 보고 싶고 미칠 것 같아서 그런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그런다."

형님과 나는 놀라서 남자를 보았다.

울고 있었다. 그가.


"으앙. 미안해 자기야. 사랑해."

여자가 오열하며 남자를 안았다.

남자가 꾸벅 진짜 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남자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단 한 순간도."

남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너를."

"너를 뭐?"

여자가 재차 물었다.

"너를."

"?"

"사랑해."

남자가 수줍게 말하자 여자가 폭렬히 남자를 안았다. 형님과 나는 남과 여를 보았다. 닭발이.

영롱하게 그릇에 담겨 있었다. 남과 여가 사랑을 하고 있었다.


포장마차가. 흔들리는. 밤이었다.




https://youtu.be/pkneiVPl1vk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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