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꾸벅 진짜 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남자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단 한 순간도."
남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너를."
"너를 뭐?"
여자가 재차 물었다.
"너를."
"?"
"사랑해."
남자가 수줍게 말하자 여자가 폭렬히 남자를 안았다. 형님과 나는 남과 여를 보았다. 닭발이.
영롱하게 그릇에 담겨 있었다. 남과 여가 사랑을 하고 있었다.
포장마차가. 흔들리는. 밤이었다.
*
양명과 조평은 서로 반대의 기질로 자랐다. 더러운 헝겁에 쌓여 있던 양명은 명예와 의리를. 고운 강포에 쌓 있던 조평은 실리와 따뜻함을 중시했다. 둘의 성품은 칼에도 영향을 미쳐 무림촌 1검은 힘의 검. 2검은 물의 검 이라고도 불리었다. 양명과 조평은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긍휼하고자 했다. 양명은 정의로, 조평은 인의로 세상을 긍휼코자 했다. 양명은 무림촌을 떠나 정파 무림맹으로 향하였고, 조평은 사파 사도연합으로 향했다. 둘의 행보가 십수년 후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
어쩌란 말인가.
포장마차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아우야. 나중에 연락하자.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구나."
형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포장마차를 나와 밤 거리를 걷다 버스를 잡아탔다. 진짜 똥같은 눈물을 흘리던 남자와 일별한 후였다.
거억.
꼼장어와 닭발을 성급히 삼킨 탓에 소화가 더디었다. 위와 장에 쌓인 닭발은 내려지지 못한 하명처럼 가운데 걸려있었다. 거억.
이건 뭐 졸린 것도 취한 것도 소화가 된 것도 소화가 안 된 것도 아니었다. 집에 가고 싶은 것도 집에 안 가고 싶은 것도. 갈 곳이 없는 곳도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씨.
그냥 싸우나나 갈 껄.
괜히 포장마차에 들렀다는 후회가 막급이었다.
형님...
"한번 더 그 따위로 칼질을 할 생각이면 나한테 먼저 팔다리가 댕강 썰려 나갈 줄 알아라."
붉은 얼굴에게 패하고 일갈하던 형님의 음성이 꿈결에 들려왔다.
"멍청한 놈. 칼을 들려고 하니까 힘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칼을 올려야지. 왜 들려고 하느냔 말이다."
칼을 쥐어 주며 매정하게 말씀하시던 형님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형님...
"흠."
"됐다."
쥐락펴락 주무르고 황연히 사라지던 형님의 뒷 모습.
형님...
그 모습에 앞치마를 두르고 먹태를 나르던 형님의 모습이 겹치었다. 형님의 이마엔 굵은 주름이 잡혀있었다. 형님 아귀에는 시퍼런 부엌칼이 들려 있었다. 서걱서걱.
!
그래!
알 것 같았다!
상대에게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는 칼.
나는 순간 잠에서 번뜩 깨었다.
기꺼이 내어준다... 형님은 기꺼이 자신의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주고 계셨던 것이다. 형님은 기꺼이 자신의 손맛을 손님들에게 내어주셨다. 형님께선 기꺼이 자신의 머리를 손님들에게 내어주고 계셨던 것이다. 나 역시 회장님과 부장님에게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스승님 역시 자신의 수급을 정파와 사파 의문의 무리들에게 기꺼이 내어주셨다. 나 역시 스승님과 형님의 본을 받아 기꺼이 머리를 상대에게 내어주면 그만이었다!
나는 비로소 스승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성에 빠졌다.
상대에게 머리를 내어주는 칼.
그것은 상승 무공.
상대가 나의 털을 베면 나는 상대의 살을 베고, 상대가 나의 살을 베면 나는 상대의 뼈를 끊는다.
무엇도 주지 않으려 하는 자는 무엇도 벨 수 없다.
기꺼이 상대에게 머리를 내어주는 칼이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은 것이다.
"이랏사이 마세!"
비로소 손님들에게 비굴할 정도로 머리를 숙이던 형님의 수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 길로 수첩을 꺼내 글을 적기 시작했다.
<무림은 본디 하나였다... 중략... 상대에게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는 칼이란... 중략... 무림은 정파와 사파로 나뉘고... 중략... 스승 오온은 반로환동하였다... 중략... 따라서 상대에게 머리를 내어주는 칼이란... 중략... 상대에게 머리를 내어주는 칼이다.>
마침표를 찍는 순간 나는 비로소 잠에서 깨인 듯 했다.
흔들리는 밤을 보낸 후였다.
아침이었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