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_ 엉덩이

by 빈자루

나는 당당하게 걸었다.

당당하게 걸어 부장실로 직행했다.


"넉 넉 넉."

부장의 방문을 두드리며 내가 입으로 말했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나는 안으로 신형을 밀었다. 나는 이제 자신있었다. 나는 천하무적이니까.






"누구십니까?"

(손님입니다)

"들어오세요."

(문 따주세요)

"처얼컥"

(하나 둘 셋 넷)

"아랫목에 앉아라."

(아이고 뜨거워)

"윗목에 앉아라."

(아이고 차가워)

"의자에 앉아라."

(아이고 엉덩이)

"땅바닥에 앉아라."

(아이고 더러워)

(못 앉겠어요)

"못앉겠음 빨리 빨리 나가주세요."

암막 속에서 무거운 음성이 들렸다.


"아닙니다. 부장님. 앉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철퍼덕 바닥에 엉덩이를 깔았다.

"무슨 일인가?"

박부장이 물었다.

"비급이 완성되었습니다."

나는 A4에 옮긴 비급을 부장에게 건내 주었다.


<무림은 본디 하나였다... 중략... 상대에게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는 칼이란... 중략... 무림은 정파와 사파로 나뉘고... 중략... 스승 오온은 반로환동하였다... 중략... 따라서 상대에게 머리를 내어주는 칼이란... 중략... 상대에게 머리를 내어주는 칼이다.>


부장은 빠르게 종이를 넘겼다. 자리에서 비급을 휘릭 읽은 부장이 나에게 말했다.

"자네 지금 장난하나?"

"부장님. 그것이 진실입니다."

나는 잔잔하게 말했다.

부장이 다시 한번 종이를 휘릭 넘겼다.

부장이 종이를 말았다.

"이리 오게."

부장이 말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부장의 앞에 섰다.

"대게."

부장이 말했다.

나는 뒤를 돌았다.

빡.

빡.

빡.

공력을 불어넣은 종이 뭉치를 부장이 내 엉덩이에 박았다.

읍.

읍.

읍.

나는 진기를 불어 신음이 터지지 않도록 입을 막았다.

"돌게."

부장이 말했다.

나는 양팔을 펴고 뱅그르 부장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아니. 내 주위 말고. 반대편 엉덩이 맞게 돌라는 말일세. 자네 정말 나를 돌게 할 셈인가?"

나는 뱅그르 돌던 걸음을 멈추고 오른쪽 엉덩이를 부장에게 밀었다.

"움직이지 말게. 손꾸락 뿌라지네."

빡.

빡.

빡.

십갑자의 공력이 실린 종이 뭉치가 오른 엉덩이를 강타하였다.

읍.

읍.

읍.

나는 엉덩이를 가리지 않았다. 정말로 손가락이 부러질까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부장님!"

내가 외쳤다.

"뭔가?"

부장이 물었다.

"더욱 세게 저를 때려주십시요. 저는 기꺼이 내어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알았네."

부장이 십갑자의 종이 뭉치를 크게 뒤로 빼었다. 검기가 형형히 빛을 내었고 그 흔들리는 기세가 방울져 뚝뚝 떨어졌다.

"부장님!"

내가 다시 외쳤다.

"뭔가?"

"저를 더욱 세게 때려주십시오."

"알았네."

"부장님."

"가네. 막지 말게."

악.

허리가 휘었다.

땀이 흘렀다.

"아직 안때렸네. 올라오게."

부장이 말했다.

나는 다시 엉덩이를 올렸다.

악.

허리가 다시 휘었다.

식은 땀이 흘렀다.

"올라오래도."

악.

맞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엉덩이가 아래로 흘렀다.

왜일까.

기꺼이 엉덩이를 내주지 못하는 나의 엉덩이에게 나는 묻고 있었다.





https://youtu.be/vU-IoRKO0Iw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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