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래. 쫄지마. 니 남자 아이가?"
그가 가차이 얼굴을 디밀었다.
그리곤 작게 말했다.
_ 이 시발 새끼야. 알아서 기라고.
뱀같은 혀가 내이를 파고들었다.
귀가.
어지러웠다.
"치사한 자식. 이혼술(移魂術)을 쓰고 있어. 장수의 정신을 흔들어 꺾을 셈이야."
주과장이 말했다.
"큰일이에요. 이여적의 혀에는 독이 발라져 있어요. 저 혀를 뽑아내지 않으면 장수씨가 당할 거에요!"
정미인이 말했다.
아_ 어찌한다...
귀를 타고 들어온 이여적의 독공에 눈이 가물거렸다.
_흐흐. 넌 내 발 아래다. 흐흐흐.
흐느적. 이여적의 세치 혀가 낼름 정순한 것들을 핥았다. 놈의 혀가 닿는 곳이 썩었다. 놈은 썩은 물을 핥았다.
_맛있구나 이장수. 달콤하고 신선해. 역시 정직한 놈들은 먹기가 편해. 멍청한 것들. 흐흐흐흐흐.
이여적의 입이 번들거렸다. 놈이 정기를 삼켰다.
"이대로는 장수씨가 버티지 못해요. 당장 기권패를 던지세요 팀장님!"
정미인이 말했다.
오팀장이 손을 바들 떨었다. 그의 손이 패에 닿았다.
"그만두세요 팀장님. 이건 장수의 싸움입니다. 누구도 남의 싸움을 대신해선 안됩니다."
주과장이 오팀장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그의 눈은 확신에 차 있었다.
"하지만 주과장. 이러다 장수대리 죽겠어. 저 뱀대가리에게 저렇게 당한 이들이 한 둘이 아니란 말야."
"믿으십시요 팀장님. 아직 장수대리는 포기하지 않았단 말입니다."
*
부글부글.
이곳은 무림촌.
초가는 불 타오르고 떨어진 살구꽃 위로 피가 스몄다. 아이들과 여자들이 울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뉘여있는 스승님을 안고 있었다.
명월이었다.
"보아. 이것이 네가 약속한 것이야? 이것이 네가 사랑한다고 말한 증표야?"
명월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아니야. 이것은 나의 탓이 아니야!"
내가 외쳤다.
화마가 얼굴을 할퀴었다. 명월의 눈에서 살구보다 붉은 물이 흘렀다. 그녀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이것이 너야. 이장수. 너는 무엇도 지키지 못해. 너는 약해."
명월의 말이 차가웠다.
나는 심장을 찔렸다.
"내가... 내가 원했던 것은 이게 아니야...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니라고..."
내가 울먹였다.
명월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
"흐흐흐. 멍청한 녀석. 역시 손 쉽군. 너같은 녀석들을 요리하는 것이 가장 쉽지. 자, 이제 잠들거라."
이여적이 말했다.
흐느적. 흘러내리는 신형을 감으며 이여적의 꼬리가 내 목을 죄었다.
커흑.
피가 흘렀다.
나를 옥죄는 놈의 몸뚱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득하게.
나는 아득히.
침잠하고 있었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