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리. 시안 중 하나를 선택해주게. 우리는 도통 결정을 할 수가 없어."
"A 시안으로 가시지요. A 시안이 더욱 탄력적입니다."
"이대리. 오늘 점심은 무엇을 하는게 좋겠나? 우리는 도통 결정을 할 수가 없어."
"짜장면에 탕수육으로 하시지요. 탕수육은 소 자를 나눠 드시면 됩니다."
다른 부서에서도 나에게 고문을 청하였다. 나는 그들의 청을 들어주었다.
"A 시안이 시장 점유율을 56%까지 끌어올렸어. 고맙네 이대리."
"짜장 면발과 탕수육의 조합이 기가 막혔어. 소자 분량도 넷이 나눠 먹기에 딱 이었네. 고맙네 이대리."
나의 가치는 가파르게 올랐다.
승진대회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나는 대회 출전을 결심하였다.
*
"대륭의 인사적체로 사원 여러분의 불만이 고조돼 있다는 것을 압니다. 온정주의와 불공정 경쟁은 대륭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눈 앞의 동료를 베십시오. 살아남는 자만이 승진합니다. 이것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인사과장이 말했다.
와_ 연호하는 함성이 연무장을 메웠다. 구경꾼들은 곧 펼쳐질 피의 연무에 열광하고 있었다. 신입들은 광대히 펼져진 연무장을 보며 앞으로 자신이 살 길을 찾았고 장로들은 연단 위에서 새로이 부려먹을 실력자의 등장을 고대했다.
"1라운드. 홍코너. 박부장의 칼을 튕긴 애플힙의 사나이. 엉덩이로 사과도 집을 수 있다. 후진사업부 만년 대리, 이_ 장_ 수!"
관객들의 외침에 나는 귀가 먹먹하였다. 응원 나온 나주임이 말했다.
"대리님. 힘내세요."
나는 나주임의 눈을 마주했다.
나주임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알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늑태도를 끌고 연무장의 중앙으로 나섰다. 늑태도가 울고 있었다.
"청코너. 대륭산업 천라지망(天羅地網)의 사나이. 그가 물은 소문은 멈추지 않는다. 정보계, 이_ 여_ 적!"
이여적이 건들거리며 연무장으로 올라왔다. 이여적의 입은 침으로 번들거렸다. 기름칠한 얼굴이 흡사 뱀장어 대가리와 같았다. 정미인 차장이 외쳤다.
"조심해, 장수씨! 이여적은 안과 밖이 다른 놈이야. 놈이 찍접대서 퇴사한 여직원들이 이미 수십을 넘는다고!"
나는 정차장을 보며 신호했다. 정미인이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쥐고 있던 늑태도를, 나는 다시 감아 쥐었다.
"Fight!"
인사과장이 마이크에 대고 외치자 함성이 천장을 흔들었다. 인사과장이 라운드를 내려갔다.
"저 자식이 반으로 쪼개졌으면 좋겠어. 뺀질거리는 놈이랑 일하다가 내 머리가 다 벗겨졌다고."
오소리 팀장이 말했다.
"그러게요 팀장님. 공력은 분명 장수씨가 높을텐데... 이여적이 쓰는 술법이 워낙 치사해요. 이여적은 정공법을 택하지 않을 거에요."
정미인이 대답했다.
"호락호락한 놈은 아닐 겁니다. 놈도 산전수전 다 겪은 놈이에요. 분명 술책을 숨기고 있을 겁니다."
주과장이 정미인의 말에 동조했다.
"흐흐 장수. 오랜만이네. 너거 사무실에 볕은 드나? 후진데 있는데 안 쪽팔리나? 너거 사업부 정리한다매?"
이여적이 말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니 저번에 세무전표 잘못 찍었지? 감사실장한테 다 들었다. 니 우얄라 그러노?"
"저자식이 지나간 일을 까발리고 있어요. 이러다 우리팀 다시 조사들어오면 어쩌죠?"
정미인이 불안해했다.
"믿고 보시죠. 장수도 생각이 있을 겁니다."
주과장이 떨고있는 정미인을 안심시켰다.
나는 미동하지 않았다.
"니 내 말 듣나? 니 걱정되서 하는 말이대. 회사 사람들 다 안대이. 니 좆됐다."
이여적이 다시 입을 이죽였다.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라지 말고 내 말 들으래. 니 그라다 짤린대이. 니 바보가?"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서서히.
뱀처럼.
그가 거리를 좁혔다.
"장수. 내 손 다 써놨다. 걱정하지마라. 실장님하고 인사부장한테 잘 얘기해줄게. 그 정돈 할 수 있다."
그가 뱀처럼 나의 목에 팔을 감았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쫄지마래. 쫄지마. 니 남자 아이가?"
그가 가차이 얼굴을 디밀었다.
그리곤 작게 말했다.
_ 이 시발 새끼야. 알아서 기라고.
뱀같은 혀가 내이를 파고들었다.
귀가.
어지러웠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누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