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_ 나방

by 빈자루

"뭐 정의는 혼자 정의에요? 대충 해요. 달칵하면 밑에서 알아서 하는거지. 왜 혼자 심각해."

"까라면 까야지. 종놈이 뭔 주인 행세에요. 주인이 달칵하면 뛰어야지."

"회사 복지 너무 좋아졌다. 고작 이런 거 시키고 돈주네."

"월급 받잖아요. 그럼 하라는 거 해야지."

힘이 점점.

점점 빠진다...

"나는 쉬다 올게요. 열심히 해요."

뭘까.

나는 무얼 위해.

이곳에 서 있나?






"미세공격이에요. 대리님. 알비노에게 반응하면 안돼요!"

나주임이었다.

"미세공격은 알비노가 주로 쓰는 무기에요. 위험부담은 지기 싫고 그렇다고 남 잘 되는 건 보기 싫으니까 미세공격하는 거에요. 반응하지 마세요. 반응하면 놈은 더 집요하게 공격해요!"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어찌.

반응하지 않으며 공격을 차단한단 말인가.

알비노의 공격이 이어졌다.

"뭐야? 쫀 거에요? 고작 이 정도로? 생각보다 되게 쪼잔하네."

확. 씨.

무시하기도 뭐 하고 반응하지 않기도 뭐 했다. 속에서 불이 꿈틀댔다.

"어? 짜증났네. 짜증났어요?"

알비노가 조소를 던지며 나를 보았다. 놈이 웃고 있었다.

확. 아오.

"안돼요! 대리님! 놈한테 말리면 안돼요. 알비노는 스스로 빛을 낼 줄 몰라 남의 빛을 갉아먹어요. 대리님이 열심히 하려고 할수록 더 필사적으로 엉겨들 거에요. 자기는 이미 포기한 열정을 대리님이 갖고 있는 게 보기 싫은 거에요. 신입들이 알비노에게 당해 여럿 폐인됐어요!"

나주임이 외쳤다.

흠. 그래. 예민하게 굴지말자. 고작 싸가지없게 말하는 것 뿐이잖아.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휙.

가느다란 독이 먼지처럼 안면에 와 닿았다.

나는 독을 털었다.

휙.

다시 가느다란 독이 먼지처럼 눈에 와 닿았다.

나는 독을 털었다.


"큰일이에요... 이대리가 알비노의 수에 완전 넘어갔어요."

정미인이 말했다.

"큰일이군. 알비노의 수는 너무나 얄팍해서 대놓고 화내기도 뭐하고 대놓고 따지기도 뭐해.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는 순간. 놈에게 말려든거야. 놈은 틈을 놓치지 않아."

오팀장이 대꾸했다.


"대리님. 안색이 너무 안 좋네. 혹시 화 났어요?"

알비노가 웃으며 다가왔다.

아.

이 새낄 패버릴까.

"화났어요? 누가 회사 다니래요? 꼬우면 이직하던가."

_꼬이직

아 이 새끼.

맞는 말인데 들으면 들을 수록 기분이 더럽다...

알비노가 말했다.

"누가 칼들고 협박했냐고요. 멍청하면 닥치고 해야지."

_누칼협

"..."


참고 있던 내가 물었다.

"하지만 모두 너와 같다면 이 사회는 누가 지키지?"

"알빠노."

"모두가 달칵질만 한다면 정작 이 사회는 누가 돌보냔 말이다."

"알빠노."

"그렇게 계속 책임을 미루다간 모두 망하게 된단 말이다. 누군가는 책임감 있게 행동 해야해!"

"알빠노."

알비노의 대답에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알비노의 논리는 탄탄했다.

나는 일개 머슴에 불과했다.

머슴은 윗분들이 시키는 일에 충실하면 그만이었다.

회사가 어찌되든 사회가 어찌되든 그건 머슴이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의 논리가 맞는데, 맞다고 생각하면 할 수록 자꾸만 나는 왜소해졌다.

내가 왜소해질 수록 놈은 더욱 살아났다.

놈은.

날개에 독을 묻힌 흰 나방이었다.

불이 사그라 질수록 더욱.

놈은 날갯짓했다.





https://youtu.be/u-cooEwaD7E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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