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_ 찬송가 부르는 개장수 여미새

by 빈자루

"윽. 숨을 조심해. 지독한 싸움이 될꺼야."

주과장이 나주임의 코를 가렸다.


썩은 내가.

연무장의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숨을 참았다.






*

기생문을 처음 만난 것은 대륭에 갓 입사했을 때였다. 기생문은 신입들을 개처럼 부려 개장수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저녁시간이면 책상에 앉아 술마시러 갈 시간을 기다렸다. 젊은 직원들이 밀린 일 때문에 뛰어 다닐 때 기생문은 사무실을 기웃기웃하다 신입들을 끌고 술집으로 갔다. 돌아가는 눈동자. 열등감에 빠진 말투. 그는 약한 남자들 앞에서 우두머리가 되길 즐겼다. 술을 마시며 그는 자신의 고급 취향을 이야기 했다. 그는 미술과 고전을 좋아했다. 그가 왜 미술품을 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아름다움을 탐미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왜 고전을 이야기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들어야 했다.

그러면 그가 가끔 너희 생각을 말해 보라고 했다. 뭐가 힘든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하지만 누군가 정말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그는 싫어했다. 그가 바란 것은 그의 취향에 대한 찬양이었고 비판없는 열광이었다. 그래서 기생문은 남이 진짜 이야기를 하면 싫어했다. 그리곤 남의 말을 잘랐다. 그리곤 다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려서 집안이 망했네 자기는 가진 게 없었네 하지만 성인이라면 어떤 불합리와 불리함도 극복해야 하네 뭐 이딴 개소리를 쓸데없이 길게 늘었다. 개소리를 입에 물수록 그는 우쭐해졌다. 미술을 얘기하고 고전을 얘기하는 것도 우쭐하기 위해서 였다. 그는 약한 것들 앞에 군림했다. 그것이 그를 우월하다 느끼게 해주었다.

기생문은 술자리에서 아이가 젖을 찾듯 담배를 찾았다. 그럼 약한 남자 중의 하나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기생문은 신문 끼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들고 다니다가 지 손에 들린 뭉치가 귀찮으면 약한 남자의 백팩을 잡아당겨 그 속에 신문을 쑤셔넣었다. 그러고는 지퍼를 닫지도 않았다. 약한 남자는 기생문을 따라가며 가방을 돌리고 지퍼를 잠그기 위해 낑낑거렸다.

기생문에게 말 잘듣는 남자들은 밥이었다. 약한 남자들이 야근을 하고 있으면 일찍 퇴근한 기생문은 전화를 걸어 그들을 술자리로 불렀다. 남자들은 억지로 술을 마시다 술값을 지불하고 기생문을 집까지 바래 줬다. 술 마시고 여자 타령을 하던 기생문이 집에 가면 약한 남자들은 대륭으로 돌아가 밀린 일을 했다. 다음날 기생문은 일찍 출근해 성격책을 읽었다. 성경과 플라톤을 읽으며 회장에게 아부했다. 그는 남직원을 부리고 여직원에겐 껄떡댔다. 그는 여자에 미친 개장수였다.



*

"캬하하하하. 장수. 오랜만이다 캬하하하하하. 술 좋아. 술 좋아. 캬하하하하하하."

_ 인간이 저토록 추악해줄 수가 있는가. 무사라면 술과 여자를 조심해야 하거늘... 오래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 업보다.

나는 추하게 웃고 있는 기생문의 면전을 보며 혀를 찼다. 그의 눈은 뒤룩 정면을 보지 못하고 얼추 돌아 있었다.

"기생문. 네 놈의 탐욕과 안하무인은 여전하구나. 부디 저 세상에서는 고운 심성을 가지고 태어나거라."

나는 늑태도에 공력을 불어넣어 기생문을 향해 달렸다.

늑태도가 품에서 떨렸다.

"캬하하하하. 와라. 니 월급도 다 내꺼. 니 복지카드도 다 내꺼. 캬하하하하."

_ 세상이 변했다 기생문. 너처럼 회사 생활을 해서는 직괴 신고를 면치 못할 것이야. 잘 가라.

늑태도가 녀석의 머리 맡에서 멈췄다.

캉.

_ 아니. 이런.

시푸룩 괴물처럼 쿰척하던 녀석의 면상이 순식간에 공자님의 그것으로 변하더니 칼날을 잡았다.

"직원들의 노고가 어렵습니다. 대륭 앞에 놓인 현실 경기는 얼음장처럼 차갑습니다. 주여. 이 환난에서 저희를 구원하소서."

_ 이럴 수가. 순식간에 모습을 숨기고 선량한 관리자의 행세를 하고 있어. 직장내 괴롭힘 조치가 강화되자 순식간에 면상을 바꿨어!

"나는 주의 어린 양 ~ "

기생문이 목청을 높여 찬양을 불렀다.

"주님 앞에 놓인 죄 ~ "

아악. 들을 수가 없어.

기생문이 음공을 시작했다.

"주님께서는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십니다. 장수대리. 저는 사하여 졌습니다."

기생문이 기도를 읊었다.

그의 기도문이 연무장 전체를 울렸다.

"아아. 들을 수가 없어요. 누가 제발 저 기도를 멈춰주세요."

나주임이 외쳤다.

흐억.

기생문의 기도가 귀에 박히자 혈이 틀리고 맥이 막혔다. 입에서 묵직한 핏덩이가 쏟아졌다. 눈과 귀에서 피가 흘렀다.

"이 죄 많은 짐승아. 주님 앞에 너희들 어찌 회개하지 않느냐!"

기생문이 음공을 질렀다.

덜컥.

빗장이 뒤틀리고 귓 속 뼈가 흔들렸다. 나는 버틸 수 없이 주저앉았다.


"주님, 회장님. 모든 것을 바치나이다. 환난 속에 저희를 살피소서!"


_ 안돼...

이렇게...

가는 건가...


나는 곁에 떨고 있는

늑태도에

닿기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https://youtu.be/ff4dhbW7YQk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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