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_ 이 X 같은 회사

by 빈자루

나는 칼을 접어 그의 공격을 받았다.

몸이 뒤로 날았다.


"일어나게."

그가 나직 말했다.

"공격을 멈추세요! 위험합니다!"

내가 이어 말했다.

"감사실장과 감찰관들이 위험합니다!"






*

그 시절. 오온의 칼을 가장 닮은 것이 명월이었다.

힘으로는 양명. 빠르기로는 조평이었지만 스승의 검기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은 그의 외딸 명월이었다.

아가씨의 수줍음.

붉은 볼낯을 가리는 미백처럼 그녀의 칼은 살구꽃을 닮아있었다. 하여 그녀의 칼은 살구검이라 불리었다. 그녀의 칼은 수줍었으나 강직했다.



*

"개 소가 웃을 소리를 하는군."

부장이 말했다.

"후회하실 겁니다."

내가 답했다.



*

"어맛. 엄머엄머. 이게 뭐에욧!"

명월이 비명을 지르며 자빠질 듯 뒤로 휘청하였다. 거실로 들이닥친 감사실장의 단조(短爪)가 코앞까지 들이닥친 순간이었다. 짐승의 발톱처럼 휜 쇳덩이가 명월의 목 잔등을 스치기 직전, 그녀의 몸이 기이하게 꺾였다.

"어맛. 어째. 어째."

그녀와 소소를 두른 사내들을 보고 명월이 비명을 금치 못했다.

"머에요. 아저씨들 머에요?"

명월이 떨리는 손으로 소소를 안았다.

"장수의 회사 사람들이오. 협조한다면 좋게 끝날 것이나 거부한다면 장담 못하오."

"그이 회사...?"

명월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퇴근 안시켜 주고 늦게까지 부려 먹는 그 회사?"

눈의 꼬리가 작게 올랐다.

"주말마다 산에 간다 야유회한다 불러대는 그 회사?"

명월 미백의 끝이 붉게 맺혔다.

"아니.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죠?"

명월의 살기에 요원들이 주춤하였다.

"그... 그게. 협조하시오. 회장님의 지시오."

요원 하나가 말했다.

"그이 이번에 승진하나요?"

명월이 물었다.

"승진은 알바 아니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거실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졌다. 명월의 하얀 피부가 파르 떨렸다.

"이런 X 같은 회사."

요원들이 흠칫하였다.

"어머머. 죄송해요. 제가 흥분했나봐. 어떡해."

명월이 사래를 쳤다.

그러나 그녀의 볼은 이미 붉어 있었다.

"뭐라도 내올게요. 앉으세요. 서 계시지 마시고."

그녀가 황급히 소소를 방으로 들였다. 잠결에도 소소는 귀신같이 어미 말에 반응했다. 그간 어미의 모진 수련을 견딘 결과였다.

"아이를 잘 키우셨군요."

감사실장이 말했다.

"애 키우는덴 다 돈이죠."

명월이 대꾸하며 식도를 고쳐 쥐었다.

"드세요."

명월이 사과 들린 접시를 내놓자 요원들이 접시 주위를 둘렀다.

"사과 값도 올랐는데."

명월이 무의식 말했다.

사과를 들던 요원들이 순간 주춤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드세요. 드세요. 죄송해요."

명월이 다시 사래쳤다.

"그이 월급은 오르나요?"

"..."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요원 하나가 집었던 사과를 내려놓았다.

"이런 X 같은 회사."

명월의 입에서 다시 X 같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번엔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요원 하나가 굴렀다.

명월이 단검을 피했다.

실장이 단조를 그었다.

명월이 허리를 꺾어 단조를 피했다.

요원 하나가 뒤로 붙었다.

명월이 빙글 회전하였다.

요원 하나가 날았다.

명월이 그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요원 하나가 권을 날렸다.

명월이 권을 잡아 비틀었다.


"어맛. 어맛. 왜 이래."


이어지는 공과 수에 명월의 입에서 방언처럼 추임새가 터졌다. 말의 뜻과 다르게 명월의 타격은 요원 하나 하나의 혈과 맥을 직격하였다.


"어맛. 왜이래. 아저씨. 미안해요!"


요원들이 추풍 쓰러졌다. 감사실장이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어머 소소 깨요!"


.


후라이팬이 감사실장의 안면부를 가격하였다. 감사실장이 뒤로 뻗었다.


"엄마. 뭐해?"


소소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


명월이 말했다.


"응 소소. 별거 아니야. 들어가 자."


소소가 들어간 밤. 명월이 홀로 널부러진 사내들을 치우며 말했다.


"하. 이 X 같은 회사."






https://youtu.be/cFXzi-iDFPY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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