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라. 너에게 칼은 무엇이냐?"
회장이 쓰러진 나에게 칼을 겨누며 물었다.
"나에게 칼이란."
나와 회장 사이의 공간에 나를 던진다. 이곳엔 아와 피아. 즉 나와 회장 외에는 없다. 아와 피아를 구분하는 것은 즉물이다. 즉물은 그것이 있음과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있는 것은 없는 것과 같고 없는 것은 있는 것과 같다. 있는 것이 없는 것과 같고 없는 것이 있는 것과 같다면 아와 피아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곳엔 아와 피아. 아와 피아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면 앞에 있는 것은 아이고 앞에 있지 않는 것 역시 아이다. 나는 나에게 나를 던진다.
회장이 일도양단 반으로 쪼개졌다.
회장이 말을 한다.
"이것이군."
나는 그의 말을 받지 않는다.
"이것이로군."
붉은 피가 바닥을 흐르고 흐르는 것이 발 아래 있다.
나는 말을 받지 않는다.
회장이.
죽었다.
*
_ 급보. 대륭이 이장수라는 자에 의해 쓰러졌습니다.
_ 이장수?
_ 오온의 제자입니다.
_ 급전은?
_ 이미 도착해있습니다.
_ 부리던 개가 죽었군.
무림맹주 정사홍이 말했다. 정사홍의 눈가가 슬쩍 올랐다.
_ 하명하소서.
_ 사파 놈들은?
_ 아직 상황을 물색 중입니다.
정사홍이 입에 술잔을 기울였다. 그가 웃었다.
_ 개가 죽었는데 주인이 울 필요있나. 다음 단계를 진행해.
_ 존명.
정사홍이 주사위를 굴리며 히죽 웃었다. 그의 시선이 검은 창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창에 어린 그림자가 웃었다.
_ 오온. 그 늙은이의 제자라.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 술을 입에 머금었다.
그의 입이 히죽였다.
*
_ 련주님. 나회장이 죽었습니다.
_ ...
김사인의 눈이 잠시 일렁였다.
_ ... 그리됐군.
_ 상대는 이장수라는 자입니다.
_ 이장수...
사인이 장수의 이름을 낮게 읊조렸다.
_ 조평의 사제로군.
사인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_ 일이 재미있어 지는군...
사인이 찻물을 응시했다.
*
늦은 시각.
버스에 오른다.
불이 켜져 있는 방.
"자기 왔어?"
명월이 나를 반긴다.
"응. 소소는?"
"자."
"고생 많았어."
"자기두."
밤이다. 모든 것이. 내려앉는 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