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_ i like watching you go

by 빈자루

밤이다. 모든 것이. 내려앉는 밤.






*

나회장이 무너지고 대륭은 혼란에 뒤쌓였다.

"나회장이 당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것도 일개 대리한테?"

"허나 그것은 사실입니다. 대륭은 강자지존의 그룹. 적통을 이을 자는 그 대리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오!"

"아니 될 말씀입니다. 대륭에 강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지당하나 그것은 반과 상의 법도를 무너뜨리는 일. 법도가 무너진 곳엔 응당 대가가 따를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이대리가 회장을 무너뜨렸대!"

"뭐야? 그럼 우린 이제 이대리의 지배를 받게 되는 건가?"

"지배가 아니지. 해방이지."

"흥. 해방은 무슨. 그자가 자넬 위해 싸워주었을 것 같나? 그놈이 그놈일 뿐이야. 순진하구먼."


한편에서는.

"갑툭튀가 대륭을 승계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결국엔 정파놈들 손에 먹힐게야. 무림맹에 끈을 달아놓은 자가 한 둘이겠는가."

"그러시. 아닐세. 무림맹만으로는 약해. 일이 어디로 진행될지 어찌 알겠는가. 최근엔 사도련주의 인기가 무림맹주의 그것보다 높네. 무림맹은 한물 갔다고. 양쪽 모두에 파발을 보내 상황을 염탐하는 것이 좋겠구먼."


다른 한편에서는.

"이 기회에 대륭의 썩은 곳들을 도려내야 하오. 대륭의 적폐. 무림맹과 결탁하여 사리를 축적하던 이들부터 갈아엎읍시다."

"옳은 말. 그간 담아두었던 적폐 명부를 천명해 위선자들과 변절자들부터 처단해야 하오. 살생부를 공표합시다!"


대륭은 혼란에 뒤쌓였다.



*

"밥 먹어."

"..."

"밥 먹으라고."

나는 명월을 보지 않았다.

"왜 말이 없어. 빨리 먹고 출근해야지. 빈 속에 출근할꺼야?"

명월이 눈에 불을 켜고 물었다.

"... 저기."

내가 입을 떼었다.

"뭐?"

명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회사 짤리면 어떡할거야?"

"누가 회살 짤려?"

명월의 눈이 커졌다.

"아. 아니. 짤리는 건 아니고. 만약에 그만두면."

"너 나랑 그만 살고 싶냐?"

명월이 젓가락을 놓았다.

"역시. 그렇지? 나 빈 속으로 갔다 올게. 회사 가다가 빵 사먹어야지."

명월이 물을 들이켰다.

"뭔데?"

명월이 물었다.

"어? 뭐가?"

"왜 갑자기 빵 사먹냐고."

"... 나... 나회장을 죽였어."

명월이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저를 놓았다.


"그래. 그랬구나."

마침내 명월이 말했다.

"...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임금은 삭감한다 그러고. 저성과자는 내보내겠다 그러고. 회장이 알고 보니까 반로환동한게 아니고 직원들 고혈을 빨아먹."

"소소야. 가서 엄마 몽둥이 가져와."

"네 엄마."

소소가 일어났다.

"나 갔다 올게."

"앉아."

명월이 말했다.

"나 늦었어. 지금 가야해."

"앉으라고."

나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먹어."

나는 밥 공기에 밥을 크게 떠서 먹었다.

"너 어디 아파?"

명월이 물었다.

"응... 아픈 것도 같아... 어딘가 불안하고..."

"그래. 아픈 것 같다. 마음이."

명월이 말했다. 순간 울컥 목이 메었다.

"나도 아프다. 마음이."

"자기도?"

"응."

명월이 쓸쓸히 머릴 쓸었다.

"왜?"

마른 목에 밥을 삼키며 간신히 내가 물었다.

"너 땜에."

명월이 답했다.

"너 땜에 내가 마음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인간아. 회장을 죽여? 회장을 죽여? 니가 퍽도 회장을 죽였겠다. 니 꿈에서 죽였겠지. 인간이 이제 하다하다 회장까지 죽이네. 너 어제 술마시고 들어왔지? 너 야근하다 온 거 아니지? 내가 너를 믿고 소소 낳고 소소 기르고. 아이고 인간아. 아이고 어머니."

명월이 뒷목을 짚었다.

"엄마. 여깄어."

소소가 매를 가져왔다.

명월이 매를 들었다.

"인간아. 빨리 안가?"

명월이 눈을 부라렸다.



*

"아빠 자 여기."

소소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길. 소소가 빵을 내밀었다.

"아빠 먹어."

나는 빵을 받아들었다.

아이가 나를 보았다.

"소소도 가끔 유치원 가기 싫지?"

내가 물었다.

"응. 아니 난 안 그래."

소소가 친구를 보더니 뛰어간다.

"아빠 안녕."

소소가 손을 흔든다.

소소가 가방을 흔들며 사라진다. 오손도손 친구들과 깔깔대며 사라진다. 나는 그 모습을 오래 지켜본다.






https://youtu.be/kktq2AS62ds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제목은 검정치마님의 i like watching you go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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