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들은 금새 현혹되더군. 재화의 재화. 재화의 재화. 그들을 타락으로 몬 건 내가 아니었어. 나는 단지 뜻 없는 칼에 뼈를 붙이려 했을 뿐이야. 강자들은 더욱 강해지길 원하고 가진 자들은 더욱 갖길 원하지. 나는 그들에게 뜻을 제공했어. 뼈에 살을 붙이고 살에 살을 붙이고 그 살에 또 살을 입힌 건 양민들이었어. 그들이 바란 게 남보다 강해지고 남보다 더 갖는 것이었으니까. 그들은 초라함을 견딜수가 없었던 게야. 초라함은 사람을 욕망하게 하지. 나는 그것을 알아. 그것은 막을 수 없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물었다.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의미없는 칼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 칼은..."
내가 대답했다.
*
"장수는 왜 강해지고 싶어?"
명월이 물었다.
"나? 잘 모르겠는데?"
"바보. 여직 그걸 몰라?"
"몰라. 나는 그냥 칼이 좋아서..."
명월이 뾰토롱했다.
"치. 평이 오라버니처럼 말을 하네. 하여튼."
명월이 입을 빼었다.
내가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나는 이건 알아. 누군가 내게서 소중한 것을 앗아가려한다면 나는 그것을 지킬 것이야. 나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고 싶은 것이야. 그러니까 내게 소중한 것이란..."
"그게 뭔데?"
명월이 바짝 물었다.
나는 명월을 보았다.
"... 내게 소중한 것이란..."
*
"... 칼일 뿐이오."
내가 그에게 답했다.
직선 그에게 돌진하며 크게 칼을 둘렀다.
칭.
그가 칼을 가로들어 날을 막았다.
나는 다시 칼을 크게 들어 그를 내리쳤다.
칭.
그가 칼을 들어 날을 막았다.
칭.
칭.
칭.
직선 큰 칼과 큰 칼이 맞부딪쳤다.
칭.
칭.
칭.
칼과 칼이 만났다.
나는 수이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초라하군."
그가 말했다.
"단조롭고 초라한 초식이야."
그가 칼을 받으며 말했다.
"초라하고 초라해. 초라하고 초라해. 너무나 초라해 견딜 수 없어."
그가 칼의 손잡이로 몸통을 밀었다.
"이것이 자네의 답인가."
나는 뒤로 밀려났다.
*
"... 나에게 소중한 것이란..."
"그러니까 그게 무어냐고?"
"나에게 소중한 것이란."
"..."
"바로 너야."
명월의 얼굴이 붉었다. 나는 참을 수 없어 명월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포개었다. 명월이 가늘게 떨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
챙.
그의 칼이 막무가내 하늘을 양단했다.
챙.
칼을 받을 때 마다 몸이 아래로 깊이 패였다.
챙.
칼이 칼을 받으며 울었다.
챙.
칼은 무겁고 또한 가늘었다.
챙.
칼이 칼을 받았다.
*
"오라버니를 위해서라면 난 아무것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조평이 떠나던 날 명월이 말했다.
명월이 슬펐다.
나는 명월을 안아주지 못했다.
*
챙.
챙.
챙.
칼을 받고.
또 받고.
하늘을 받치고 또 받치고.
*
"스승님!"
스승은 말이 없었다.
"스승님!"
스승은 말이 없었다.
"스승님!"
나는 스승 옆에 쓰러진 명월을 업어 무림촌을 빠져나왔다. 얼굴이 젖어있었다.
*
"대답하라. 너에게 칼은 무엇이냐?"
회장이 쓰러진 나에게 칼을 겨누며 물었다.
"나에게 칼이란."
나와 회장 사이의 공간에 나를 던진다. 이곳엔 아와 피아. 즉 나와 회장 외에는 없다. 아와 피아를 구분하는 것은 즉물이다. 즉물은 그것이 있음과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있는 것은 없는 것과 같고 없는 것은 있는 것과 같다. 있는 것이 없는 것과 같고 없는 것이 있는 것과 같다면 아와 피아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곳엔 아와 피아. 아와 피아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면 앞에 있는 것은 아이고 앞에 있지 않는 것 역시 아이다. 나는 나에게 나를 던진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사사키 코지로우와 미야모토 무사시의 간류지마 전투 장면 묘사인 것 같네요. 아직 본 만화에서는 둘이 간류지마에서 만나지 못했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