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먹어."
나는 빵을 받아들었다.
아이가 나를 보았다.
"소소도 가끔 유치원 가기 싫지?"
내가 물었다.
"응. 아니 난 안 그래."
소소가 친구를 보더니 뛰어간다.
"아빠 안녕."
소소가 손을 흔든다.
소소가 가방을 흔들며 사라진다. 오손도손 친구들과 깔깔대며 사라진다. 나는 그 모습을 오래 지켜본다.
*
"대리님 안녕하십니까."
평소 못본 척 하던 경비아저씨가 나를 보고 크게 인사한다.
"네... 네... 네..."
나는 빵 봉지를 입에 물고 있었다.
어물렁 빵을 베어 물었다.
크림빵이다. 소소. 역시 나에겐... 너밖에.
빵을 오물거리며 로비로 들어섰다.
"헉. 이대리다."
복작하던 스피드 게이트 입구가 갈라졌다.
"안녕하십니까 대리님."
후배들이 허리를 꺾어 인사한다. 뭐야. 저 인간들. 맨날 본 체 만 체 하더니.
"어... 어... 어..."
"들어가십시요."
"어... 어... 어..."
구부정하니 인사를 받으며 급하게 빵을 오물거렸다. 빨리 삼켜야 하는데.
띵.
"타시지요."
아무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뭐지.
열림 버튼을 오래 누르고 서 있는데도 사람들이 애멀게 볼 뿐이다.
"타세요. 얼른."
빵을 입에 물고 손짓을 하다 문이 닫힌다. 어쨌든 좋구먼. 넓으니까.
띵.
옥탑층.
빵을 삼키며 급하게 사무실 문을 연다.
"대리님. 오셨습니까!"
*
오팀장이 말한다.
구석진 사무실 우중하던 공기가 산뜻하다. 얼룩덜룩하던 벽지에서 빛이 난다. 뽀얗게 쌓였던 먼지가 한톨 없다. 서광이 비친다.
나는 놀라 빵을 떨어뜨렸다.
툭.
빵의 크림이 채 닿기도 전에 정미인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몸을 날렸다.
"대리님. 여깄습니다."
정미인이 빵을 올렸다.
"이 사람이. 어디 떨어진 빵을! 당장 가서 새로 사와!"
오팀장이 버럭하였다.
정미인이 빠르게 문을 닫고 사라졌다.
"아... 아니 팀장님. 여기만 털고 먹음 되는데..."
"죄송합니다!"
난데없이 오팀장이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벗겨진 머리가 촬랑 쏠린다.
컥.
빵이 목에 걸렸다.
"물. 물. 물 가져와."
오팀장이 정신없이 뛴다.
"에비앙. 삼다수. 아니지 피지 워터.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컥. 컥.
기도가 놀라 빵이 안 내려간다.
"빵 여깄어요."
정미인이 헉헉 거리며 빵을 사왔다.
한 손에는 빵. 다른 한 손엔 에비앙을 들려준다. 오팀장이 급하게 병을 따줬다.
"드시지요."
거억.
뿡.
긴장이 갑자기 풀렸는지 방구와 트림이 앞이랑 뒤에서 뿡뿡댔다.
"허허. 냄새와 소리를 보았을 때 대리님의 장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 합니다. 감축드리옵니다."
오팀장이 안심했다는 듯 웃었다.
"호호호호. 어머나 호탕해. 방귀 소리도 너무나 장수스러우셔라."
정미인이 볼을 붉히며 웃었다.
이 인간들 왜 이러지. 미쳤나.
"대리님. 그간 저희가 대리님을 몰라 뵈옵고 죄악을 저질렀습니다.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노여를 푸소서."
오팀장이 간사히 웃었다.
정미인이 살살 웃었다.
"여기 그간 나회장이 저를 통해 빼돌렸던 돈의 출처와 사용처들입니다. 저는 그저 박부장 그 놈 패악질에 그만. 흑."
오팀장이 장부를 내밀었다.
장부의 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무림맹.
사도연합.
대륭 인민들 월급의 사할에 달하는 돈이.
매달.
무림맹과 사도연합의 거대한 아가리로 녹고 있던 것이었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