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자가 오온의 적통이야. 무림촌 1검이라 불렸다는군. 지금은 꼼장어나 썰고 있지만. 크크."
"오호라. 오온의 이름값을 쓰겠다는 말씀이시군요."
"흥. 오온 그 늙은이. 찌그러진 살가죽에 노인냄새가 불쾌했었는데. 이렇게 또 쓸모가 있군. 흐흐흐."
정사홍이 술을 머금었다.
"과연. 맹주님의 지략에. 다시 한번 무릎을 칩니다. 핫핫핫."
달빛이 은밀하게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잔 속의 달이. 일그러져 있었다.
*
과거 무림촌에.
양명과 조평이 있었다.
힘으로는 양명. 부드러움으로는 조평이었으나.
그 둘을 얻으면 천하를 얻은 것과 같다 하였다.
양명의 칼은 천인적의 힘에 필적했고 조평의 칼 역시 천인적에 필적했다.
허나 양명과 조평을 모두 얻으면 만인적의 힘에 필적한다 하였다.
이제 그 둘이 다른 곳을 보니.
만인적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자.
천하에 없으리.
*
"형님. 정녕 무림맹주의 말대로 정파의 표찰을 다시 다시려는 겁니까? 그들은 형님을 꼭두각시로 이용하려 하는 것입니다."
내가 양명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은 말없이 도마 위의 순대를 쓸었다.
"장수 아우. 사내에게는 뜻이 있어. 그 뜻을 반드시 펼쳐야 할 때가 있는 법이라네. 지난번 나의 뜻은 세상과 맞지 않았으나 세상이 나의 뜻을 찾는다면 이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때 인가 하네."
형님이 말씀하셨다. 순대가 도마 위에서 토막나고 있었다.
"형님. 사숙 어른이 돌아오셨습니다. 형님께선 이미 무림맹에 상처를 입으시고 그들에게 내쳐지지 않으셨습니까? 부디 재고하여 주십시오."
내가 형님에게 말했다.
형님이 독한 소주를 목으로 넘겼다.
"아우. 나의 뜻은 상처받지 않네. 옳지 못한 것이 옳은 것을 삼키려 한다면 나는 거침없이 옳지 못한 것을 벨 것이야. 그것이 나의 뜻일세."
"형님."
형님은 말이 없으셨다.
포장마차의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형님은 다시 나와 먼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계셨다.
*
"조평. 나의 명에 따라 대륭의 이사로 파견되어 그곳에서 벌어지는 정파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라."
"존명."
김사인의 명에 조평이 답했다.
"네 앞에 빈익한 자들을 돕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어쩌겠느냐."
김사인이 조물었다.
"베겠습니다."
"그것이 너의 사제와 사형이라도?"
"베겠습니다."
"그것이 너의 연인이라도?"
김사인의 물음에 조평의 숨이 가늘게 떨렸다.
"베겠습니다."
"네가 베는 이유는 무엇이냐?"
"베어야만 멈추기 때문입니다."
조평이 대답했다.
"무엇이?"
김사인이 물었다.
"사랑하는 것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을 말입니다."
조평이 대답하였다.
김사인이 더는 묻지 않았다.
조평도 더는 김사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조평의 검이 칼집에서 울고 있었다.
그가 엄지로 검집에서 칼을 막았다.
칼이 울고 있었다.
어린아이일 때는 항상 위인전을 보며 궁금했었습니다. 왜 영웅들은 서로 힘을 합치지 않고 싸우기만 할까. 어른이 된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영웅들이 힘을 모으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싸우는 이유가 분배를 위해서이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사람들은 왜 힘을 합치지 않고 싸우기만 하는 것일까하고요. 다만 어린아이일때 처럼 그들이 영웅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예전과 다르네요.
정말 훌륭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위인들이 아닌 정말 내 옆에서 살고 있는 훌륭한 사람들을요.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누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언젠가는 영웅들이 힘을 합칠 수 있는 날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