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베는 이유는 무엇이냐?"
"베어야만 멈추기 때문입니다."
조평이 대답했다.
"무엇이?"
김사인이 물었다.
"사랑하는 것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을 말입니다."
조평이 대답하였다.
김사인이 더는 묻지 않았다.
조평도 더는 김사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조평의 검이 칼집에서 울고 있었다.
그가 엄지로 검집에서 칼을 막았다.
칼이 울고 있었다.
*
과거 무림촌에 현경에 이른 고수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오온이었다. 오온은 수줍음이 많고 말수가 적어 암사내라 불리었다. 어려움이 있는 자는 지나치지 못했고 옳은 것이 있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따랐다. 주변의 중인들이 그를 추켜세우면 그는 그것을 불명예로 여겼다. 그의 죽음과 함께 반로환동의 비밀 또한 사라지니 무림은 영웅 하나를 잃은 것이 아니라 무림 전체를 잃은 것이라 하겠다.
무림은 이유와 과정을 알지 못하고 존경스러운 스승을 또 한 분 잃었다.
이 어찌 통탄을 금치 않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
파란 옷과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로비에 들끓는다.
나는 그들 사이를 지난다.
파란 옷과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은 다만 돈 몇 푼에 옷을 입고 나와 대신 머리를 숙여주는 것이다.
나는 명함을 받지 않는다.
나이 많은 아주머니.
머리 하얀 할머니.
돈을 주는 사람을 대신하여 고개를 숙인다.
나는 고개를 마주 숙이지 않는다.
할머니의 허리가 아프다.
춤을 추는 트럭이 지난다.
기호 1번. 기호 2번.
나는 노래를 모른다.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나는 노래를 듣지 않는다.
*
"장수대리님. 최종 후보 등록을 완료하시겠습니까?"
대륭 선관위에서 파견된 과장님이 물으셨다.
나는 지원서를 들고 머뭇하였다.
나의 뒤에서 파란 풍선과 빨간 풍선이 춤을 추었다.
노래 소리가 과장의 말을 묻었다.
"대리님. 대리님?"
과장님이 나를 다시 불렀다. 나는 과장을 또렷이 보았다.
"최종 후보 등록을. 하시겠습니까?"
나는 과장에게 말했다.
"예."
"예."
"기호 1번은 국민의 무림맹 소속의 양명 후보입니다. 기호 2번은 더불어 사도연합의 조평님. 대리님께서는 기호 3번이 되셨습니다. 당명은 정하셨습니까?"
과장님이 물으셨다.
"예? 예..."
내가 대답했다.
"당명을 정해주세요. 그래야 후보 등록을 마칠 수 있습니다."
과장님이 말했다.
"저희 당의 이름은."
내가 대답했다.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당. 입니다."
과장이 볼펜을 멈췄다.
로비의 선거송이 귀를 때렸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과장이 물었다.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당! 입니다!"
선거송이 일수 멈추었다.
나는 외치었다.
"나는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당'의
기호 3번.
무사 이장수이올씨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