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_ SCV 쿠드 고 써

by 빈자루

아임 온더 잡.


나는 묵묵히 길을 걸었다.


"장수후보님. 이리로 올라오세요."

선관위의 인사과장이 나를 불렀다.

나는 연단 위로 올라갔다.


연단의 아래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물결이 흉측하게 갈라져 있었다. 나는 아래를 보았다. 미네랄을 든 가엾은 SCV들이 빨간색과 파란색의 장벽에 막혀 이리도 저리도 가지 못하고 멤을 돌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았다.


"그럼 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푸른 붉은 깃발들이.

아래에서

흉포하게 흩날리고 있었다.






"최근 양극화되어 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 양민들이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회자가 물었다.

"'의'는 옳은 것을 보려는 마음. 옳은 것을 먼저 세워야 갈등을 없앨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가 갈등하는 것은 올바른 기준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지켜온 가치. 저는 그 가치를 여러분과 함께 수호할 것입니다."

양명 형님이 말씀하셨다. 빨간색의 지지자들이 연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하였다.

"아닙니다."

조평 형님이 말씀하셨다.

"현대 사회는 오랜 가치에 질식되고 있습니다. 갈등이 심해지는 건 기준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옳은 것을 행하려는 마음. 즉 '협'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 기호 2번 조평은. 낡은 가치를 청산하고 새 기준으로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와.

푸른색의 지지자들이 연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하였다.

사회자가 나를 보았다.

"..."

"장수 후보님."

"네?"

"발언하시지요."

"..."

사람들이 나를 보았다.

음...

"저. 저는..."

뭐라고 해야 할까.

사회자가 나를 독촉했다.

"장수 후보님. 발언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30초.

20초.

10초.

8.. 7... 6...

에라 모르겠다.

"저. 저는 양명 형님과 조평 형님의 말씀에 모두 공감합니다... 두 형님 말씀이 모두 옳습니다."

연단 아래가 조용했다. 군중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회자가 진정하였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사회자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수출 일변도의 대륭 산업이 국제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한 후보님들 복안을 말씀주시지요."

양명 형님이 말씀하셨다.

"대륭은 해외 다국적 기업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적습니다. 해외 기업들로부터 대륭을 방어하려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하나로 모아 결집해야 합니다!"

와.

붉은 색의 지지자들이 연호했다. 나는 고개를 끄떡하였다.

"아닙니다."

조평 형님이 말씀하셨다.

"대륭이 가진 자원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인적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선 분배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간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물이 고이는 곳은 자원이 집중된 윗부분 뿐입니다. 고여 있는 물이 원활하게 돌아야. 적은 자원으로 대륭이 커나갈 수 있습니다."

와.

푸른 색의 지지자들이 연호하였다. 나는 고개를 끄떡하였다.

사회자가 나를 봤다.

나는 침이 말랐다.

"장수 후보님."

사회자가 나를 봤다.

그가 내게 눈짓했다.

"에..."

"그러니까..."

"발언하십시요."

사회자가 말했다.

"음..."

"그러니까요..."

군중들이 나를 봤다.

음.

네.

"둘 다 맞는 것 같은데요?"

"네?"

"두 형님 말씀이 모두 맞는 것 같은데요?"

"네? 또요?"

사회자가 물었다.

"...네."

"그게 다인가요?"

"...예..."

"아. 네. 그렇군요. 장수 후보님은 그러니까 두 후보님의 말씀에 모두 동의한다. 이 말씀이시군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아.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사회자가 목을 풀었다.

그가 숨을 가다듬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번에는 장수후보님 먼저 말씀하시지요."

그가 물었다.

"대륭의 회장이 된다. 그러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그가 나를 보았다.

내가 물었다.

"제가요?"

"네. 후보님께서요."

"제가 대륭의 회장이 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양명 형님도. 조평 형님도. 사람들에 막혀 미네랄을 들고 이리저리 헤매던 SCV도 나를 보았다.

"아. 저는."

내가 말했다.

오래된 미네랄을 들고 있는 SCV의 팔이 저려보였다.

"저는."

SCV와 눈이 마주쳤다.

"저는."

내가 말했다.

"저는 저 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나는 연단의 아래로 내려가 그의 짐을 나눠 들었다.

짐을 사이에 두고 그와 내가 손을 잡았다.

나는 사람들의 사이를 헤집어 나왔다.

그와 내가. 손을 잡았다.

그와 내가 말했다.

아임 온 더. 잡.






https://youtu.be/9LvYp8_8FJ8


화끈한 무협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맨날 일만 하는 SCV의 마음을 언젠가는 헤아려 보고 싶었습니다. 밍숭맹숭한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SCV는 오늘도 일을 하러 갑니다. 아임 온 더 잡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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