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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기고가 강진우 Jun 25. 2015

시작의 변

일상과 썸타고 싶다

도무지 재미가 없었다. 대학 4년을 놀음으로 점철시켰음에도. 뒤늦게 들어간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는 게 재미없다니, 아이러니였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빡세게’ 취업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놀 궁리만 하다가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돈 벌 수 있을까’로 생각이 뻗어나갔다.

그래서 취업을 포기했다.

나이 스물여섯. 당장 취업  대신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글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가 면면히 이어지고 있었다. 재미있어서 밤새 시를 썼고, 끄적거린 소설을 친구에게 보여주며 칭찬을 갈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장남 앞길 어떻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부모님께 이렇게 고했다.


저 지금부터 글 쓰렵니다.

계곡처럼 깊게 파인 주름살은 부모님 몫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부지처럼 글 언저리를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소설가를 넘어 드라마 작가, 자유기고가의 영역을 두루 맛봤다. 당장 돈이 될 만한 직업은 자유기고가였다. 아무리 망나니라도 염치는 있었다. 그래서 자유기고가를 택했다.


처음에는 마냥 신났다. 내 글이 지면에 실리는 것이 신기했고, 그 옆에 자그마한 고딕체로 내 이름이 새겨진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게다가 돈도 제법 됐다. 신나서 글을 써댔다. 그러는 와중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겁도 없이 달려들었다. 시나리오를 썼고, 체험관을 기획했고, 책을 냈고, 강의를 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일상’이라는 녀석이 끼어들면서부터.

일상의 관성력은 필시 생기를 앗아간다. 일이 반복되자 글이 지루해졌다. 글이 좋아 이 짓을 시작했는데 글을 쓰며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글 불감증’은 나를 공장으로 만들었다. 일감 받아 글을 생산하는 소규모 글공장으로. 익숙함이라는 개미지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뛰쳐나와야 했다. 재주가 이것밖에 없었으므로.

나도 어느덧 서른이다. 이제 뒤는 없다. ‘못 먹어도 고’다. 자유기고가의 수명은 개미허리만큼 짧다. 글로 먹고살려면 나만의 기치를 세워야 한다. 지루함을 깨부숴야 한다. 그렇다고 일상과 이별할 수는 없는 노릇. 고민 끝에 답을 내렸다. 내 글로 일상과 썸타기로.





‘강진우의 썸Day’는 작년부터 써내려 온 ‘일상의 색다른 기록’이다. 일상과 썸타고파 ‘썸Day’라 이름 붙이고 연재를 시작했는데, 도리어 일상에 파묻혀 몇 편 쓰지도 못했다. 관심을 주지 않으니 연재가 살아남을 리 없었다. ‘강진우의 썸Day’는 아사 직전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브런치’를 만났다.

우리는 좋은 글이 가지는 힘을 믿습니다.

‘브런치’는 자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운을 뗐다. “글의 시대는 지났다”고 떠들며 요란한 영상과 갖가지 기술을 선보이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이 매체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모르는 새 침투해있던 회의감을 밀어낼 힘을 줬다. 그래서 결심했다. ‘글의 힘’을 아는 브런치에서 ‘강진우의 썸Day’를 살려보기로.


‘브런치’와의 만남을 계기로 이 연재에 심폐소생술을 시술하려 한다. 이 발버둥으로 일상의 두근거림을 되살릴 수 있기를. 진정한 내 글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기를.


그래, 다시 한 번 일상과 썸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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