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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Apr 25. 2017

인게이지먼트, 모티베이션

게임 싱킹과 능동적 경험

게임 싱킹, 의도된 능동성


게임 싱킹은 노련한 디자이너가 게임이라는 매체의 설계 과정에 활용해온 생각법을 차용한 혁신 기법이다. 게임 디자이너의 생각법이 게임 외적 분야의 긍정적 변화 유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게임과 플레이어 관계에 나타난 특징들이 배경으로 작용하는데,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와 모티베이션(motivation)을 대표 자질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 학자 야스퍼 율(Juul Jesper)에 따르면 디자이너가 게임 내부에 설계하는 갈등은 의도된 것이며, 플레이어의 지속적 문제 해결 의지와 직접적 개입을 전제로 고안된다. 따라서 좋은 게임이란 결과적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플레이어의 심리적, 물리적 몰두와 애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를 통해 평가되게 마련이다.


게임 디자이너는 의도된 갈등을 설계한다


일반적 사용자 대비 보다 능동적 표상을 지닌 플레이어의 존재로 상징되는 게임의 특별한 에너지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게임의 능동성이란 디자이너의 판단과 설계에 의해 정교하게 고안된 바, 게임 싱킹은 플레이를 이어가는 놀이꾼의 강한 동기와 개입을 그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상황에 반영하여 새로운 인간 행동과 인식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게임 디자이너가 고려해온 방식을 충실히 모방한다.


디자이너 리사 니센선(Lisa Nisenson)은 게임의 표면적 구성 요소를 플레이어의 존재(players), 행동 유도 정보(information), 플레이어의 행동(action), 행동 측정값에 따른 보상(pay off)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게임 구성 요소를 작동시키는 힘은 보다 심층에 자리한 모티베이션, 인게이지먼트,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라 설명한다. 두 번째 구성 집합을 칭하여 게임의  동적 구성 요소로 분류하고자 한다. 완성된 게임 시스템이란 플레이어 참여에 의한 놀이 수행이 필수적이므로, 게임을 통한 상태 변화를 유도하는 동적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결합이 두 번째 집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게임의 힘을 발생시키는 근본 바탕에는
모티베이션, 인게이지먼트,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정리해보자.

게임 디자이너는 현실에서라면 피하는 것이 마땅한 문제 상황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것을 재미있는 경험이라 느끼며, 직접 참여에 의한 반복과 숙련, 협력과 경쟁을 발판으로 마침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동적 시스템을 완성시켜 왔다. 게임 싱킹의 개념을 풀이하는 다른 설명들로 모티베이션 디자인, 인게이지먼트 디자인이 널리 사용되는 합리적 근거를 의도된 능동성의 설계 원리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




인게이지먼트 디자인


인게이지먼트는 통상 사용자와 제품, 서비스의  사이,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사물, 관념 간의 긴밀하고 다양한 연결로 정의된다. 강한 인게이지먼트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깊이 있고 우호적인 사용자 관여 지속을 뜻하는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교육과 비즈니스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인간 행동과 심리 변화 유도를 위해 반드시 선취되어야 하는 과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은 놀이 규칙의 집합으로 구성되지만,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놀이꾼의 참여와 개입, 즉 인게이지먼트다.

게임이란 본디 인게이지먼트를 존재 성립의 기본 조건이자, 토대로 삼는다는 의미다. 관련하여 본질적으로 인게이지먼트 매체라 분류되는 게임 디자인에서 파생된 생각법이 게임 싱킹인데, 게임 싱킹은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간 행동 요소를 측정 대상으로 구체화하여 인게이지먼트 기반의 시각화, 조직화 기반을 구축한다.


예컨대 게임에서 널리 사용되는 시간, 빈도, 지속, 공유, 성취, 순위, 탐색 기록은 수치화되어있거나 직관적 수치화가 용이한 치환 체계를 통해 인게이지먼트 디자인을 수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싱킹에서 디자이너는 이러한 방법론을 차용하여 다양한 ‘인게이지먼트 점수’ 체계를 구축한다. 인게이지먼트 점수 체계는 게이미피케이션 논의 과정에서 소위 PBL(point, badge, leader board)로 압축되었고, 대표적 게임 형식으로 조명되었다. PBL은 재미 너머의 영역에도 도움을 주는 인게이지먼트 가이드 구축 기반으로 게임 싱킹에 수용되었다.


게임 싱킹은
목표 행동에 기여하는 인간 행동과 정서를
수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인게이지먼트 점수 체계로 재설계한다


그러나 게임 싱킹에서 인게이지먼트 디자인 단계를 기존 제품/서비스와 유사한 측정 지표로 답습하거나, 손쉽게 측정 가능한 요소들에 단순한 PBL 요소를 덧입혀 성급히 종료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인게이지먼트 강화에 기여하는 게임 싱킹의 핵심은 디자이너가 목표한 행동과 심리 변화 파악에 적합한 요소를 판단하고, 미적으로 독창적인 표현을 고안하는데 집중되어야 한다. 게임 싱킹은 인간 행동과 생각,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 사이에서 전과 다른, 보다 강력한 인게이지먼트 생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판단하고 그 변화를 사용자와 디자이너 모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드러나게 할 때 비로소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트래킹 기술 관점으로 오늘날 인간 행동 대부분은 측정과 분석이 가능한 상태에 도달했다.  1970년대 컴퓨터 기술의 태동기부터 존재했던 ‘수량화된 자아(quantified self)’의 이상들은 많은 기술적 난제가 해결되며 현실화와 대중화를 위한 시간을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인게이지먼트를 위한 디자이너의 고민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로 이동한다. 같은 맥락에서 게임 싱킹이 보다 집중하는 문제는 어떤 행동 혹은 심리 영역에서 인게이지먼트를 유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적 행동 대부분은
기술적으로 측정 가능한 상태에 도달했다


그러나 재미난 놀이 경험들이 그렇듯, 무언가를 지속하는 힘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일차원적 강권이나, 물질적 보상 제시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순 통합은 인게이지먼트 디자인에 힘을 불어넣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A라는 놀이 목표는 B 혹은 C와 같이 A와는 간접적이고 모호한 관계에 놓인 여러 부분이 복합 시스템으로 작동함으로써 마침내 A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만드는 원리를 통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게임 싱킹 기반 인게이지먼트 디자인은 플레이어와 디자이너의 목표를 전략적, 의도적으로 다른 단계에 배치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게임 싱킹 전략은 디자이너보다 플레이어의 경험을 중점적으로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최종 목표는 플레이어가 중시하는 다른 경험에 대비 부각되지 않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에 배치하거나, 플레이어의 경험이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된 이후에 실체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이에 게임 싱킹 고유의 인게이지먼트는  습관화된 반복과 그에 따른 숙련을 기반으로 디자인된다는 점에서 자각 ­ 이해 ­ 확정­ 행동으로 연결되는 통상의 인게이지먼트 디자인을 자각 ­ 행동 ­ 이해 ­ 습관 ­ 숙련의 경험 형성 과정으로 변화한다.    


게임 싱킹은 의도적으로
디자이너의 궁극적 목표와 사용자 목표를
서로 다른 단계에 배치시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게임 싱킹이 유도하는 전체로서의 인게이지먼트 강화는 게임이라 이름만 붙이면 얻어지거나, 행운의 산물이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다. 게임 싱킹은 디자이너의 정교한 경험 설계를 통해 결과를 만든다. 게임 싱킹은 디자이너에게 인게이지먼트 시스템에서 무엇을 측정할 것인지 선택하고 플레이어 경험 인과를 하나의 전체 시스템으로서 유기적 관계 설계를 요구한다. 게임 싱킹에서 디자이너는 이질적 측정 대상들을 복잡한 추상 세계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게이지먼트 점수 체계에 포함된 대상으로서 플레이어의 경험은 분할과 통합으로 이루어진 게임 싱킹 사이클을 빠르게 반복 순환하며 디자이너의 선택과 배치 적합성을 효과적으로 평가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티베이션 디자인


야스퍼 율은 클래식 게임 모델을 정립하며, 플레이어에게 발견되는 행동의 자발성, 지속성을 게임이 지닌 태생적 특질로 해석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율의 관점에서 게임 내외부의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놀이를 이어나가는 현상을 모든 게임에서 발견되는 공통 특징이 아니다. 그것은 게임 중에서도 디자이너가 전체 게임 시스템에 플레이어가 납득할만한 여러 이유들을 효과적으로 배치시키는 데 성공한, 좋은 게임에 한하여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성과물이다. 즉 중독을 우려할 만큼 게임을 지속하려는 플레이어의 강한 의지와 동기 유지는 고도의 모티베이션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설계 행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게임과 모티베이션의 관계에서 최초의 자극이 되었던 이론은 ‘행동주의’였다. 보상과 처벌을 적절히 사용하면 이에 대한 예측에 근거하여 일종의 조건반응이 나타나고, 이를 활용한 행동 강화가 유도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기계적 산업화 사회를 지나, 최근 게임 싱킹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인지주의’, 특히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echird Ryan)이 정립한 자기결정이론이다.


자기결정이론은 인간 존재는 본디 자기주도와 성장에 관한 선천적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내적 욕망은 외적 환경의 지원 없이는 원활히 작동하지 못한다. 자기결정이론은 외적 환경을 절대 요소로 인식했던 행동주의에서 벗어나, 내면적 충족을 갈망하는 인간 요소에 주목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기결정이론에 따라, 게임 싱킹은 모티베이션의 자극과 유지에 개입하는 요소를 ①숙련(mastery), ②관계성(relatedness), ③자율성(autonomy)으로 나누어 체계적 구성을 갖춘다.


숙련은 플레이어와 디자이너 사이의 굳은 약속이다

숙련은 플레이어와 디자이너 사이의 굳은 약속에 해당한다. 꾸준히 반복한다면 대부분의 게임 기능과 역량은 플레이어가 능숙하게 마스터할 수 있어야만 한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플레이어가 포기하지 않는 것은 시간 차이는 있을 지라도 결국 게임 세계에서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궁극의 희망 때문이다.


관계성은 개인보다 사회적 플레이를 고려하여 디자인된다

관계성은 개인보다는 함께 놀이하는 그룹이 중심이 되어 사회적 조건에 기반하는 디자인을 통해 전개된다. 경쟁과 협력은 관계성에 기초하여 공격과 방어, 나눔과 축적 등의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플레이어의 모티베이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율성은 플레이어에게 결정적 변화 권한을 허용한다

자율성은  모든 선택의 주체가, 무언가 결과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인물이 플레이어 자신이라는 느낌을 통해 발현된다. 자율성은 놀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의미를 경험하게 하는 핵심을 이룬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타인에 의해 억지로, 다른 선택 여지없이 해야 하는 일과 비교하여 그것이 비록 더 어렵거나 혹은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한 일인 경우에 인간이 모티베이션을 이어가려는 의지에는 큰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게임 싱킹은 전체 시스템에 자기결정을 위한 내적 요소를 섬세히 배치하여 모티베이션의 내재화에 기여한다. 이 과정이 성공적 설계됨으로써 사람들은 전보다 덜 지치고, 또한 열정을 유지한 가운데 목표 행위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내재적 모티베이션 체계란 결코 일회적 구축으로 완결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과 어떤 대상 사이의 상호작용 행동에 영향을 주는 이해와 자각, 확신, 습관, 숙련은 경험 축적과 외부 환경에 의해 상시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 싱킹이 모티베이션 유지와 강화에 적합하다는 견해는 그를 위한 설계와 수정 디자인이 디자인 순환 사이클을 통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해 유효한 평가라 할 것이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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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L. D., & Farley, M. (2016, October). How game design thinking becomes engagement design. In Proceedings of the 20th International Academic Mindtrek Conference (pp. 281-286). ACM.

Juul, J. (2011). Half-real: Video games between real rules and fictional worlds. MIT press.

Lahey, J. (2013). How Gamification Changes the Engagement Game. Retrieved from http://bit.ly/2oQhF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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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zybylski, A. K., Rigby, C. S., & Ryan, R. M. (2010). A motivational model of video game engagement.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14(2), 154.

Werbach, K., Hunter, D. (2012). For the win: How game thinking can revolutionize your business. Wharton Digital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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