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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Jul 03. 2018

헬프 시리아 와합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시리아. 나의 시리아는 낙원이다.

2018년 7월 3일


오늘은 아주 특별한 활동을 했습니다.

내가 플레이 시리아 프로젝트를 시작해야겠다 맘을 먹게 만든 장본인,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을 이융희 작가와 함께 만나 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거든요.


나는 오늘로써 와합 사무국장을 총 4번 만났고, 그는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을 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악화일로에 놓여있는 시리아 상황만큼, 한국에서의 난민 이슈는 그에게 더 큰 에너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의 몸과 마음에 피로가 쌓여가는 게 잠시 보아도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선을 다해 모든 마음을 기울여 어려운 세상으로 하여금 "시리아를 잊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은 와합 사무국장에게 미리 질문지를 보냈고,  관련된 기사와 외신을 살피며 와합이 수없이 반복했을 비슷한 질문은 가급적 생략하고 우리 작품의 콘셉트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적인 질문을 추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와합 사무국장은 그가 알고 있는 것, 경험한 것들을 아주 상세히 자상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의 동의하에 인터뷰 내용은 녹음되었습니다.
브런치에 기록한 것은 그중 아주 일부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시리아 어린이와 청소년

플레이 시리아팀의 최초 작품 콘셉트는 한국, 우리 곁에 이미 시리아 난민, 시리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초 구상 당시 압둘 와합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그를 주인공으로 삼아 초안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시리아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리아 어린이/청소년들이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누려야 할 행복과 당연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을 확인하고, 어른의 일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 관한 일로 상황을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와합 사무국장에 따르면,

내전 이전부터 시리아에는 한국산 중고차 거래가 활발했고 따라서 한국산 중고 자동차 에이전시 등 관련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과 근로자들이 다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는 2012년, 내전 직후 국산 중고차 수출이 시리아에서 급속히 위축되고 있음을 보도한 기사입니다.
https://news.kotra.or.kr/user/globalAllBbs/kotranews/album/2/globalBbsDataAllView.do?dataIdx=113677&column=&search=&searchAreaCd=&searchNationCd=101113&searchTradeCd=&searchStartDate=&searchEndDate=&searchCategoryIdxs=&searchIndustryCateIdx=&page=2&row=10


이들 가운데 내전 직후 그들의 무역 파트너였던 한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시리아 노동자들은 중고차 거래 회사에 고용되어 짧은 기간 동안 그들의 수출 컨테이너 업무를 맡아 한국에 체류하며 일했습니다. 그들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였지만 동시에 생업의 기반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도전할만한 개척지였던 것입니다.
 
더 큰 행운을 지닌 몇몇 시리아 사람들 중에는 한국 비자를 상대적으로 받기 용이했던 2013년 이전에 서둘러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했고 이들은  현재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어린 아들과 딸은 이제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서 우리와 일상을 나누고 있습니다.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 온 시리아 어린이들은 한국에서 여러 가지 문화적, 언어적 차별 속에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한국에서 살아 내어야 하는 삶 자체가 척박하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시리아 가족들이 시리아를 돕고, 연대하고 연대하기 위해 실천적인 활동에 나서는 일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와합 사무국장은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시리아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시리아를 잊고, 그들에게 시리아가 잊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다기보다는 이방인으로 몸을 찾춰 살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에게 그들의 고향과 조국은 반드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터전입니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내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이 귀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시리아를 잊지 말아주세요

     

 와합 사무국장이 어려 강연과 모임에서 늘 이 말을 남겨왔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것은 비단 한국 사람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더군요. 한국에 사는 시리아 사람들, 그리고 압둘 와합 자기 자신에게 함께 남기는 절박한 호소였습니다.




#시리아를 부르는 무엇

시리아는 오랜 역사 (와합 사무국장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입니다)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레이 시리아팀은 와합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를 떠나, 누구나 아는 우리의 노래와 구호(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같은 것이 있는데 어느 지역, 어떤 나이의 시리아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면 알고 싶다고 물었습니다.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는 시리아

와합은 내전 이전부터 50년간 계속된 지난한 독재정권 덕분에 시리아의 동요, 민요 문화의 여러 가지 것들에 독재자의 이름, 독재에 대한 미사여구가 삽입되어 버린 상태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노래를 자연스럽게 부르다가도 중간중간 뜬금없이 나오는 독재에 대한 찬사나 독재자의 이름 때문에 아이도 어른도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었다고요.


자장가도?


와합 사무국장은 자장가도 오염된 상태라, 독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의 가사를 살펴 이야기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시리아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노래, 치유의 노래, 그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어루만져줄 노래와 이야기, 문화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얼마 전 난민 영화제에서 시리아 화이트 헬멧 조직원들이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 조국은 낙원이다, 내 조국은 낙원이다 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와합의 말에 의지하자면, 아마도 그 노래조차 어느 부분에는 독재자에 관한 내용이 나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숫자로 불리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지난 주말, 월드비전과 경향신문이 주최한 난민 어린이 주제의 사진전에서 난민캠프의 어린이들이 숫자 식별 밴드를 손목에 차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죠.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을 시리아 어린이들이 그 이름보다 중요하게 번호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큰 슬픔이었습니다.


우리는 와합 사무국장에게 게임북에 등장할 4명의 소년, 소녀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와합은 흔쾌히 이를 수락하며 이름이 가지고 있는 뜻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강연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알리려고 하는 한 시리아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폭격이 혹독한 알레프의 무너진 건물 안에,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이 아니라 이미 거의 파괴되었고 추가 붕괴될 시 아주 위험한 건물에 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와합은 그 가족의 아버지에게 난민 캠프로 탈출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리는 숫자로 불리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는 끝까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삶은 계속됩니다. 누구도 막을 수 없죠.  





#생존과 행복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여러 구호 단체와 난민 캠프는 내전으로 초토화된 곳에서 시리아 사람들을 구조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입니다. 생존을 위한 식량이 공급되고 그것도 아주 구하기 어렵죠.
여전히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생존이 절박한 상황이지만, 시리아 어린이들이 가족들이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고 싶은 어떤 것은 없을까요?

죽고 사는 것이 한끝에 달린 곳이지만 한 순간 행복한 시절을 떠올릴만한, 그 시절로 우리를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요정의 선물 같은 것을 무엇일까요? 플레이 시리아팀은 이것이 철없고 배부른 소리로 일축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구호품 속에 어린이와 가족이 찰나라도 웃음 지을만한 무엇이요.
난민 어린이 사진전에서 살아있는 동물이라곤 강아지 밖에 못 본 어린이들이 새와 나비, 고양이 등 그들이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책에서 밖에 본 적 없는 생명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행복한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의 소환제가 있을 것입니다. 달콤한 잼이나 중동식 디저트 할와 같은 것들.

sweet jam
halawa

  


#마치며


오늘은 플레이 시리아팀과 와합 사무국장의 공식적인 첫 만남으로 의미가 컸지만

그보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추억을 나누는 자리여서 더 뜻깊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인터뷰를 통해 시리아 어린이들도 내전이 나기 전에 내가 어렸을 때 놀았던 것과 아주 유사한

공기놀이, 땅따먹기, 구슬치기, 말타기 같은 놀이를 즐겼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찾아보다가 이집트 미디어의 기사 한 꼭지를 발견했습니다.
이런 놀이 몇몇 나라의 노스텔지어인 줄 알았는데!!!! 인류 공통의 언어였어요.  

https://www.dailysabah.com/feature/2017/05/03/a-little-nostalgia-for-traditional-street-games-forgotten-by-kids

그렇습니다. 이런 놀이 우리만 하는 거 아닙니다.
와합 고마워요. 융희 작가님. 우리 행복한 시리아를 생각해 보아요.

따로, 또 같이. 2018년 7월 3일. @동국대학교

여러분.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헬프시리아를 통해 시리아와 난민 구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2013년 헬프시리아를 시작하며 우리에게 남긴 절박한 메시지를 이곳에 함께 기록합니다 .

https://www.facebook.com/helpsyriaplease/


안녕하세요. 헬프시리아입니다.

혹시 시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2년간의 내전으로 피폐해진 나라. 지금도 계속해서 많은 소중한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는 죽음의 땅이죠.

하지만, 그곳에서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그렇게 힘들게 버텨가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을 위해 대한민국 사람들의 작은 도움의 손길을 모아 시리아에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저희는 지금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시리아를 돕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이렇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뭔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기에는 인원도 부족하고, 사무실 같은 것을 빌릴 돈도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시리아인인 압둘 와합이라는 친구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도움을 호소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쟁에 시달리는 동포를 구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이렇게 블로그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냥 이렇게 블로그를 만들어주고 글을 올려주는 정도로 도움을 주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저희의 계획은 단순합니다.

한국인 여러분들의 모금을 받아 식량이나 옷, 의약품등을 터키에서 구입해 시리아로 들여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인원도 자금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계획에 동참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아주 적은 돈이라도 좋습니다.

저희의 계좌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은행 679-007110-01-018 HELP SYRIA

부디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저희는 이 공간을 통해 계속 여러분들과 소통하려 합니다.

그 소통을 통해 저희와 뜻을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젝트다이어리

#플레이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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