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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어블 Sep 07. 2018

우린 너무..낭만적인 걸까?

난민 소녀의 희망과 행복

#플레이시리아 프로젝트 다이어리  #2018년 9월 6일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이제 2달이 다 되어 갑니다. 

마음 속에 오랫동안 간직했던 이야기꺼리를 세상에 내어놓을 결심을 하고
'시리아, 우리를 깨우는 소리' 커뮤니티에서 "이제 진짜 시작할거라고" 입밖으로 소리를 내어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주 많은 변화를 가져왔죠. 


Choose your own advanture 처럼 어린이를 위한 넌센스 판타지 게임북은 어떻게 어떻게 잘 하면 만들 수도 있겠다 싶어서 방학 중에 논문 한편 쓰는 대신으로, 가을까지 끝내야 하는 단행본 원고를 미루는 투자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던 일이었어요. 


말이 씨가된다  


이 말은 정말 거짓이 없는 것 같네요. 

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하나씩 엮어나가다 보니, 그게 60일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완성되고, 그림이 그려지고, 음악을 고르고....개발을 하고 있죠. 

아주 힘들게 여럿이 힘을 합쳐서요. 


어제는 우리 이야기에 들어갈 서문을, 함께 창작한 플레이시리아 팀을 대표해서 작성해 보았습니다. 

할 말이 아주 많기도 하고, 작품이 나올 텐데 무슨 말이 필요하랴 싶기도 하고 망설여 지는 시간이었지만

일단 뭔가 써서 앞장을 채웠습니다. 


그런데 오늘 플레이 테스트를 하다보니, 너무 길고 장황하더라구요. 

다시 반에 반에 반으로 짧게 줄이기로 맘을 먹고, 수정을 했습니다. 

지우고 새로 쓰려다 보니 잘쓴글도 아니고 길기만한 횡설수설이기는 한데, 그래도 없애 버리기 어려운 마음의 찌꺼기랄까...그런 것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다이어리에 최초의 서문을 남겨두려고 해요. 


기록을 없애버리면 기억까지 사라지게 되니까요. ^^




최초의 서문) ABOUT 햇살아래서

햇살 아래서 컨셉 이미지


'햇살 아래서'는 독자가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결정하는 게임북 형식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으로 권보연, 허효진, 이융희, 오영진, 이정남의 협업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2018년 9월 Prototype Version 1.0이 제작되었습니다.


'햇살아래서'를 경험한다는 것은 당신이 그저 글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로 이야기 속에 들어와 행동하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햇살 아래서'는 뉴스 게임 <1000days of Syria>에서 영감을 받아 시리아 난민 문제를 

우리와 동떨어진 멀고 먼 낯선 어느 곳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야기로 경험하기 위한 스토리게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게임북은 본디 삶을 닮은 형식의 놀이를 지향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플레이어는 선택의 순간 마다 

최선을 다해 바른 길을 찾으려 하지만 선택 뒤에 펼쳐질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삶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기쁨과 슬픔, 행운과 좌절이 

'햇살 아래서'에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죠. 


게임북을 따라가다 만난 슬픈 결말처럼 시리아 내전을 겪으며 평범한 삶을 송두리 채 상실한 

난민의 현실은 지금 몹시 참담합니다. 


지난한 전쟁이 삶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난민들의 선택 중 무엇이 잘못되어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우리가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것은 없습니다. 


정든 고향, 아름다운 조국을 떠나야 하는 난민의 삶은 

게임북에서 갈림길의 오른쪽과 왼쪽 길 중 어떤 길로 걸을지를 정하는 

사소한 선택의 쌓여감 속에 여기까지 흘러왔을 뿐 입니다. 



그들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었을까요. 

극단적인 상황으로 속절없이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거대한 운명이 있었다면 

난민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고 두려운 가정이지만 

어느 순간에 누구라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경험되고 공감되어야 마땅합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며 난민의 역사를 시리아 보다 먼저 겪었던 우리들이 

시리아의 눈물과 상처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햇살아래서'를 준비하면서 한국으로 유학온 1호 시리아 유학생이자 

시리아 구호단체 헬프시리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압둘 와합님의 사려깊은 인터뷰는 

시리아와 아랍의 문화, 그리고 구호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에피소드 취재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별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야기를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야기를 위해 공부하고, 창작하고, 읽고, 변화 시키고 

그것 때문에 울고 웃는 모든 행위와 감정 변화를 포함한다는 것을.... 

'햇살아래서'를 통해 비로소 알게되었습니다. 



햇살아래서를 제작하며 맞닥드린 일련의 사건들은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맨 난민들의 제주도 입국을 계기로 난민과 활동가들의 

스마트폰 그리고 SNS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같은 학교 친구의 난민 신청 재심사를 요청하는 의리있고 용감한 

15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청와대 청원에서 어떤 편견도 없이 

친구를 친구로 대하는 어른 보다 나은 청소년들의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사건 만큼 반성하고 싶은 사건도 만났습니다. 

길에서 만난 아랍인에게 욕설과 혐오 발언을 퍼붓는 어떤 어른의 모습은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이것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 곁의 난민들에게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로서 이야기에 담았습니다. 



'햇살아래서'가 당신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어 줄까요? 

우리가 갈라놓은 이야기의 가지들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갈까요?


어느 길을 따르더라도 당신은 이 이야기를 만든 우리와, 

이야기 속의 아름답고 귀엽고 씩씩한 소녀들을 만날 것 입니다. 

소녀들에게 행운이 따르기를, 당신의 선택이 우리가 만든 행운과 닿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시리아의 평화를 기원하며,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을 시리아의 빛나는 내일을 함께 준비할 것 입니다. 


창작가들을 대표하여, 2018년 9월 권보연이 씁니다. 



제가 담당한 스토리디자인 작업은 일단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 작업 단계는 아트워크와 개발을 맡은 

허효진, 이정남님의 작업 분량이 상당합니다. 작업량도 많고 시간도 부족해서 프로토타입을 기간 내에 데모할 수 있는 정도로 제작하기 위해 두분 모두 엄청 달리고 계시죠. 


플레이 시리아팀은 모두 이 작업 외에 각자의 본업을 가지고 있어서, 말하자면 모두 사서 고생 중인데 이렇게 뜻을 모아 사서 고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 즐거워 하고 있습니다. 이정남님은 원래 전문 분야인 유니티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묻고 배우고 실험하면서 생서한 작업 툴인 TWINE과 몇날 며칠을 씨름 중이십니다. 

새벽으로 밤으로 고통과 번민, 그러나 최선에 대한 결의를 오가는 메일과 메시지가 오갑니다. 서로 격려하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죠. 


우리 작업에는 많은 양의 리서치가 수반되고 있는데, 덕분에 시리아 관련 서적 부터 문학 이론, 철학, 디즈니 아트 컨셉북 , 웹 서버 프로그래밍까지 얼핏 보면 일관성 없어 보이는 도서 구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작품을 위해 공부삼아 읽은 책 중 인상적인 것은 어린이 책으로 나온 카트린느 마쎄의 책, 

<우리학교에 시리아 친구가 옵니다> 입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7287230&orderClick=LAG&Kc=


프랑스의 한 학교를 다니던 시리아 친구 누네는 체류 서류에 문제가 생겨 경찰에게 체포됩니다. 

누네 가족이 끌려간 뒤, 학교 친구 리사는 누를 그리워 하며 그들을 생각하죠. 끌려간 누의 가족은 억류된 상태로 생활해야 합니다. 그곳에서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그들은 달리 도움을 받을 길이 없죠. 

누와 리사는 서로를 그리워 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슬퍼합니다. 


어린이 이야기 책인데, 답답함이 끝까지 밀려오는 서사였습니다. 그것이 난민의 현실이고 상황이겠죠.

햇살 아래서의 이야기는 난민에 대한 좀 다른 바램과 관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대면한 현실 보다, 그 참혹함 보다 훨씬 낭만적인 것이라고 해도요. 우리 이야기에는 답답한 장면의 비중은 아주 짧고, 그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주는 에피소드는 훨씬 많습니다.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회상과 꿈도 자주 나와요. 


무엇보다 우리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리아 난민들에게 보내지는 소녀들의 행복선물은 통상적인 서바이벌 키드에 담길만한 아이템이 아닙니다. 물론, 시리아 난민 활동가인 압둘 와합님의 자문을 받아 때때로 소녀들이 난민들에게 보내려고 하는 바로 그 아이템, 행복을 위한 빈자리 같은 그 달콤한 잉여가 구호품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요. (그때 큰 희열이 있었죠, 동의하는 마음이었구요) 



<시리아 친구가 옵니다> 말고도 어린이들을 위한 시리아 책을 몇권 보았고 모두 나름의 자극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브런치 아닌 다음에야 시리아를 소재로 하는 어린이 청소년 책을 찾아 보실리 없을꺼 같다는 생각에 몇권의 링크를 더 추가합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4449500&orderClick=LAH&Kc=


아. 그리고 이 책은 배송이 아직 되지 않아서 읽어 보지 못했는데 신간이고 무엇보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기대가 됩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6900536&orderClick=LAH&Kc=

교보 문고 책 소개글)
시리아 내전의 중심 도시 다라야. 그곳에 책으로 만든 피난처인 지하 도서관에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강의를 열고, 대화를 나눈 청년들이 있었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은 20여 년간 이슬람 지역을 다니며 중동 각국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취재해온 프랑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분쟁 지역 전문기자 델핀 미누이가 2015년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한 장으로 내전이 진행 중인 시리아 한복판에 존재하는 지하 도서관을 알게 된 후, 다라야의 강제이주가 시행된 2016년 8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스카이프를 통해 청년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20대 청년들의 삶이 국가의 독재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과 매일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터에서의 고민, 모든 것이 무너지던 전쟁 속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는 평범한 삶 대신 책을 읽고 공유하며 절망의 시간을 견디는 과정, 그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책을 읽으며 나눈 깊은 대화를 통해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놀라운 경험을 담고 있다. 책을 통해 자유와 비폭력, 인간다운 삶을 꿈꾸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계속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책을 읽었던 청년들 이야기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살아있는 투쟁의 역사이자 기록이기도 하다.





플레이 시리아팀이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확인한 것은 어쩌면 낭만이었던 것 같아요.  

아랍 출신 난민 소년이 우리 나라 중학교에서 반장을 하고 있고

그의 친구들이 제 반 반장이 이란으로 돌아가게 되면 변을 당할까 두려워 그의 난민 신청 재심사를 청원하는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는 우정의 서사를 발휘하고

실제로 난민들을 위한 구호품에 쨈과 과자, 만화책과 축구공이 들어가서 그들의 삶에서 웃을 수 있는 순간을 상황을 남겨두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혐오를 조장하는 못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는 이웃의 외국인에게 다정한 손길을 내밀고 싶어 한다는 것도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만나고 겪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 시리아는 낭만주의자이고, 낭만을 현실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는 경험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산다는 것은 경험의 연속이다.
우리의 경험이 항상 의도한 대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경험들이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채
끝나 버리기도 하며
도중에 중단되기도 한다.  



경험으로서의 예술에 나온 존 듀이의 말이죠. 

그의 말처럼 우리 인간의 경험 대부분은 불완전해서, 그런 불완전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삶 자체가 불완전 할 수 밖에 없죠. 우리 프로젝트도 그렇겠죠. 지금도 불완전하고, 완벽한 경험을 이루기 어려울 꺼에요.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계속 변화하는 것이 가능한 디지털 매체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쇄되면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보다 내일, 이번 달 보다 다음달이 나아지고 달라질 수 있는 그런 이야기 형식을 갖추는 거죠. 

그리고 그런 변화가 용인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린 계속 공부하고 새로운 경험을 투영할 수도 있을꺼에요. 





지난 주엔, 허작가와 함께 주요 페이지에 들어갈 음악을 골랐습니다. 

제작비가 충분치 않아서 모두 유투브 라이브러리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음악중에 선택했는데,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료로 쓸 수 있는 음악과 음향 효과 중에 우리 이야기랑 분위기가 적절히 잘 들어맞는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이 음악 중에 어떤 음악이 메인 테마곡으로 선정되었을까요?  ^_______________^





지난 번 프로젝트 다이어리에 주요 인물의 이름에 대한 기록을 남긴 적이 있지만, 

이름이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를 생각하여 추가 기록을 남깁니다. 


우리들에게 미션을 주는 주인공, 얄다 얄다의 이름은 태양의 아이라는 뜻이죠. 

https://www.thenamemeaning.com/yalda/


또 한명의 중요한 주인공 사라, 이 이름은 동양과 서양, 우리나라와 외국인 모두에게 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죠. 나에게 시리아 소녀에 대한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던 (캐나다 공항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소녀) 사진 속 소녀의 이름이 사라였기도 했구요. 

아랍 지역에서 사라는 Happiness, Laughter, Joy and Delight 이런 의미가 있다고 해요. 

히브리어로 사라라는 이름은 공주님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구요. 

우리 이야기 속에서 사라는 씩씩하고 밝고 명랑하고 굳건하죠. 이름이랑 아주 잘 어울리는 캐릭터로 탄생했습니다. 

http://quranicnames.com/sara/


https://nameberry.com/babyname/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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