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합과 함께 하는 3시간의 점심 식사
#프로젝트다이어리 #2018년 9월 5일
오늘은 일이 많았네요.
서로 너무나 일이 많아 자주 만나기 어려웠던 플레이 시리아 팀과 압둘 와합 사무국장이 프로젝트의 이야기 얼개가 완성된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이태원 점심 회동을 가졌거든요.
와합에게는 여러차례 인터뷰에 응해준 것이 고맙기도 하고, 또 그때 마다 시간에 쫓겨 여유있는 식사 자리 한번도 갖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기 때문에 이번엔 인터뷰는 차치하고 아랍식 식사를 즐기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아랍 음식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검색을 하면서 명동에 있는 샤프란이라는 식당을 찾아 예약을 했는데 그 식당이 어떤지 와합에게 묻자 맛있긴 하지만 정통 아랍식 (시리아 스타일 같은) 으로 하는 곳은 아니라서 플레이 시리아팀을 위해 이태원의 다른 식당을 안내하곳 싶다는 친절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와합이 추천한 식당으로 다시 예약했죠.
여깁니다.
https://steemit.com/muksteem/@honeythegreat/5fe396-muksteem
대로변에 있는 요 식당은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코앞에서 한참을 헤맸네요. 결국 허작가가 절 찾으러 내려와준 덕분에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가 식당에 손님은 많지 않았는데, 음식이 훌륭하고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역시 생소한 외국음식은 현지인과 함께 해야 조화롭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와합의 길고도 섬세한 식사 주문 (정말 길게, 아랍어로 주문해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어떤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와서 나중에 질문을 했더니, 오늘은 뭐가 맛있냐, 이건 오늘 맛있냐, 오늘 재료는 어떠냐, 추천은 뭐냐를 하나씩 정할때 마다 물어 보는 터에 긴 시간에 걸쳐 주문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후 나온 음식은 짜잔-
이 중엔, 우리 이야기에 나오는 음식들도 제법 되었는데 그것은 우리가 리서치를 착실히 해서 실제 시리아 사람들이 결혼식에서 먹음직한 대표 음식을 에피소드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
무엇보다 오늘 만남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완성된 이야기가 어떤 모양새로 세상에 나올 것인지를 와합에게 가장 먼저 귀뜸해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오픈 했습니다. '햇살 아래서'를.
저 노트북에 얼핏 보이는 것이 '햇살아래서' 프로토타입 버전 1.0이죠.
그렇습니다. 저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와합이 시리아 소녀들의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었고, 앞으로 시리아에 대해 여러 강의를 다닐때 우리 작품에 대해서, 시리아를 사랑하는 한국 친구들이 벌이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겠다고 말해서 흐뭇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어렵게 활동하는 활동가 와합에게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작업 내내 하고 있었거든요.
오늘 와합을 만난 덕분에, 와합과 플레이 시리아 친구들이 이제부터 어디서라도 간결하게 우리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도록 1페이지 브리프를 만들었네요. 아직 아트워크가 다 나오지 않은 상태라 많이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주요 플롯을 소개하고,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정도로는 쓸 수 있겠죠.
작품 때문에 만나기는 했지만, 식사 시간 내내 어쩌면 작품에 대한 강박을 잊고 즐거운 대화를 나눈 덕분에
친구들끼리 오붓하게 편하게 여유있게 휴식을 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와합이 한국에서 겪은 부조리하고 황당한 사건들에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
철없던 시절,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 못하고 쟤가 나 좋아하나? 착각에 빠졌던 흑역사 에피소드도 하나둘 공개되었죠.
행복한 식사시간의 말미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특별한 번호로 받아야 하는 현금 영수증 발행을 아라베스크의 서빙하는 분이 방법을 몰라 애를 태워야 했거든요. 그 시각 가게를 비우셨던 사장님이 곧 들어갈테니 기다려라 라는 말씀이 있었지만, 계속 기다릴 수도 그렇다고 영수증 받으러 이태원에 다시 나오는 것도 난감할 뻔한 그 상황에!
우리팀의 아트 디렉터 허효진 작가가 겸손한 태도로 슬며시 손을 들었습니다.
소싯적 우동집에서 알바를 하며 POS 사용법을 익혀둔 적 있는데, 한국어가 서툰 아랍 식당의 종업원을 도와주고 싶다는 배려였습니다.
두둥!
허작가는 예술만 금손이 아니라, 실물 경제도 금손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척척척 몇번의 터치만으로 특별한 번호가 들어가야 하는 현금영수증이 발행되었죠.
그녀에게 해결사, 아니 제다이 전사의 칭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분들의 더 뜨거운 응원을 기다리면서, 오늘을 마감하겠습니다.
아, 시간 보니 벌써 내일이 왔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