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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Apr 05. 2023

굳이 허물을 지적할 필요가 있을까

다 참아 주면서 사는 거지

    최근 난처한 일이 있었다. 기자들을 조금 모아서 취재원과 저녁을 하는 자리를 하나 만들었다. 그런데 약속 직전에야 참석 취소를 통보한 사람이 두 명이나 됐기 때문에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둘 중 누구도 약속을 조율할 수 있는 시점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아무한테도 말은 안 했지만, 나는 뜬금없이 어처구니없는 송사에 휘말리는 바람에 재판에 들어가야 해서 약속 당일 연차까지 썼다. 시간이 중간에 뜨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지 않은 것은 일말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어찌어찌 약속 시간대를 옮겨서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저녁이 아닌 점심을 하기로 했다.


    화를 내지는 않았다. "미안하다"라는 말만이 돌아올 게 빤한데 굳이 싫은 소리를 하기 귀찮기도 했고, 불편한 감정을 맞닥뜨리는 것도 싫었고, 나이를 먹을 만치 먹은 누군가를 '교정'하려는 행위에 힘을 빼고 싶지도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나이를 좀 먹고 난 뒤 갈등을 마주하는 태도는 다 이런 식이었다.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지만,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만 거리를 두거나 못 본 척하는 것이다.


    정말 한 톨의 악의도 없이, 하지만 듣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끔 돌려 말하는 법도 없이 직설적인 언행을 때려 박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의 그런 태도를 지적하지 않는다. 정 참기 어렵다면 그저 적당히 멀리한다. 말의 이면에 어떤 악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친구에게 뭐라고 해 봤자 갈등만이 생길 뿐 언행을 고칠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졸업하고도 10년 이상 교류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다들 그렇게 싫은 점을 조금씩 참아 주면서 사는 거겠지. 누구든 100% 남에게 거슬리는 법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러니 24/7 살을 부대끼고 사는 부부가 아닌 이상에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스트레스는 덜 받고 지내는 게 건강한 것 같다. 본의든 아니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정신줄을 단단히 붙잡고 살되, 이걸 잊지는 말아야겠다. 너는 너, 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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