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정말로 글만 쓰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또 문장을 만들어낸다는 게 머리 아프긴 하지만, 뭐든 적어 놓지 않으면 휘발된다는 것을 글 쓰면서 또 느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남긴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이하 공모전)에 응모했다. 9일에 첫 글을 올리기 시작해서 어제까지 총 20편의 글을 올리고 브런치북으로 엮었다. 내 인생의 큰 축 중 하나지만 남들한테 이야기하려고 들면 '설명충'이 되기 때문에 그냥 속으로 꾹 삼키기만 했던 직업 이야기를 글로 줄줄 쓴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기자인 친구들이 읽으면서 손뼉을 치며 공감하는 것도 좋았다. 내 친구들이야 거지반 기자니까 글을 계속 더 써 달라고 했지만, 19편도 아니고 21편도 아니고 그냥 깔끔하게 20편만 쓰고 치웠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글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까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쓸데없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글이라는 매체로 뭔가를 남긴다는 데 의의를 두려고 했는데, 기왕 이렇게 쓴 거 공모전에 당선이 됐으면 싶었고, 그러다 보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보이면 의기소침해졌다. 내 글이 과연 기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소구력이 있을지 의심했고, 피드백에 일희일비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세상에 너무 많다고 징징거리기도 했다. "너 글 잘 쓰잖아", "네 글 좋아" 같은 말을 기대하면서.
생각해보면 만약 정말로 운이 좋아서 당선, 출판 등에 이른다고 해도 갈등이 사라질 리가 없다. 분명 판매 부수나 리뷰 따위에 목숨을 걸게 될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초심으로 돌아가서 무소유 정신을 실천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닉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마음이 좀 편해졌다.
어쨌든 스스로 칭찬할 만한 일을 했다. 주중에는 일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으니 빨간 날에 열심히 비축분을 만들고 약 2주간 매일 한두 편씩을 연재했다. 거창하게 뭔가를 벌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신비한 기레기 사전'이라는 제목부터 먼저 떠올린 뒤에 '사전'이라는 대강의 브런치북 콘셉트만 잡은 뒤 글을 썼더니 옴니버스식 에세이여도 완결성이 조금이나마 생겼다.(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무게를 잡지도 않고 그냥 꾸준히 썼다. 그리고 작은 목표인 공모전 응모까지 이르게 되었다.
글을 다 쓰고 났더니 기쁘고 즐거운 일들도 생겼다. 취재원 중에서는 여태까지 딱 두 명한테만 글을 보여줬다. 내가 너무 좋아해서 글에까지 등장시킨 사람들이다. 그중 한 명이 '철썩 붙으라'면서 찹쌀떡 세트를 선물로 줬다. 좋아하는 후배 한 명도 내 분에 넘치는 장문의 감상과 함께 비타민 세트를 선물해 줬다. 재미있고 즐거웠으니까 됐다. 늘 말하지만 기사는 글이 아니니까, 앞으로도 내 글을 꾸준히 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