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주나 지났네요. 시골에서 어무이가 두릅이며, 미나리며, 정체모를 것까지 하이튼 파릇한 봄 나물을 마이 보내주셨디그든요. 시험친다 어쩐다 그간 마음의 여유가 없어부래가지고 제대로 들따 보지를 못했디래요. 월요일에 시험을 다 마치고 나니까네, 인제 냉장고를 들따 볼 마음이 들었네요.
오늘 아침 산책을 마치고 주방에 떡하고 자리를 잡았어요. 앞치마도 야무지게 두르고 김치냉장고에 주무시던 봄나물을 다 내왔어요. 그리곤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지요.
"엄마!"
"어 그래, 왜?"
엄마가 마이 바쁘신거 같애가지고 안부도 생냑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뿌랬어요.
"엄마, 거 나물 보내주신거 중에요. 두릅말고 뭐 가시 쫌 있는 나물, 그건 뭐래요?"
"어 그거 엄나무순하고 오가피하고 섞에따."
"그래요? 그믄 이건 어예 머야 돼요?"
"맹 데쳐가꼬 무체 머면 된다."
"아 그래요? 알았어요. 어 인제 이거 해 멀라고. 근데 엄마 마이 바쁘세요? 운동 가셨어요?"
"아이다 집인데."
아 엄마가 집에 계셨띠군요. 쿨한 우리 엄마는 인사치레하고 이런거보다 본론부터 꺼내놓는 걸 선호하시그든요.
"아 그래요? 참 엄마, 기차표 끊어놨는데 금욜에 뵈께요."
"오이야, 드가재이."
역시 뭘 모를 땐 엄마 찬스가 엄청 유용하그든요. 나물이 뭔지도 알았겠따, 인제 데쳐야겠네요.
냄비에 물을 담고 굵은 소금을 한 줌 넣었어요. 팔팔 끓을때까지 기다렸다가, 깨끗이 씨논 엄나무 순이랑 오가피 순을 바로 막 집어넣었지요. 그러고 보니 집 뒤 동산에 엄마가 엄나무랑 오가피 나무를 마이 심어놓셨대요. 아마 거기서 따셨나 보네요. 근데 이거 양이 엄청 많은데.
오 신기한 걸 발견했어요. 나물이 물에 드가자마자 애들이 완전 밝은 초록빛으로 바뀌는거래요. 얼마나 파릇하고 이쁜지 몰래요. 사진이 막 찍고 싶어서 핸드폰을 찾았다니까요. 이게 봄 생명이구나 싶드라고요. 요걸 먹으면 몸에 얼마나 좋을까, 요 녀석들 덕분에 봄을 지대로 느끼네요.
근데 무쳐 놓으니까 좀 쓰네요. 우리 성님이 쓴 맛을 벨로 안 조아할텐데. 언니는 향이 강하거나 맛이 쓴거 이러걸 안 좋아하드라고요. 울 막둥이가 들기름을 좋아해서 엄마가 짜서 보내준 들기름을 듬뿍 넣어 무쳤어요. 어, 이거 생각보다 너무 쓴데. 걱정이 돼서 자꾸 집어 먹다보니 배가 부를 정도로 먹어부랬네요. 자 그만.
그럼 인제 두릅을 데쳐보까요? 참 두릅에 가시가 억쌔드라고요, 손 찔리까봐 집게를 가지고 씻었어요. 작년에 아부지께서 두릅 군락을 발견하셨디라카대요. 마을 일대 산이 다 문중꺼래 가지고, 산에 드나드는 거야 뭐 괜찮거든요. 도시에서 두릅만 전문으로 채취하는 사람들이 산에 돌아 댕긴다네요. 그 사람들은 첫 순만 따가꼬 가뿌고 다시 안 온대요. 두릅은 자꾸 순을 꺽어줘야 다시 새 순이 나기 때문에 부지런히 꺽어야 여린 순이 난대요. 아마 올해도 아부지께서 산으로 이리저리 댕기시면서 두릅순을 꺽어 오셨으께래요.
작년에 아부지가 순따다가 미끄래졌다고 하셨든거 같은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으셨다카대요. 천만다행이래요. 울 아부지께서 봄이면 자식들 두릅 좀 멕에 보겠다고 고생이 많으시네요.
다시 물을 끓여서 아까맨치로 왕소금을 집어 넣고요, 자 인제 씻어놓은 두릅 나갑니데이. 캬 때깔 좋네. 완전 봄이다 봄. 냄비 안에 막 산이 통째로 옮겨온거 같네요. 좋타 좋아. 어찌나 부드러운지, 제가 엄청 귀여워하는 조카 선준이 손 가태요. 아 선주이 보고 싶네. 요 녀석이랑 이야기 나누면 재미지거든요 큭큭.
인제 두릅까지 나물을 다 데쳤네요. 어린이날 아침 날씨도 화창하겠다, 식탁에 봄 기운도 가득하겠다. 참 좋은 아침이네요.
두릅은 따로 간을 안 하고 초장에 찍어먹을라고요. 이야. 부모님 덕분에 호강하네요. 주말에 고향에 가면 또 부모님이 나물 엄청 주시께래요. 저희 집이 다 나물 애호가거든요. 특히 할매가 육고기를 일체 안 드셨디래가지고 어릴 적 나물을 디게 마이 먹었디그든요. 그 덕인지 지금도 나물 반찬이 좋아요. 요래 제철 나물은 그냥 보기만 해도 좋잖애요?
오늘 장만한 건 며칠내로 얼른 먹고, 시골에 가서 아부지랑 같이 산에 두릅도 따러 갔다가 엄마랑 같이 들에서 미나리, 울릉도 나물도 솎아 와야겠어요.
아 봄이라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