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나 무슬림 친구를 만나면 이들이 나와 얼마나 다를까가 궁금했다. 자연스레 이들의 행동, 말, 사고패턴은 어떻게 다를지에 초점을 두고 면밀히 관찰하게 된다. 하기야 서로 확연히 다른 외모를 지닌 건 물론이거니와 문화, 역사, 교육, 종교등등 배경부터 그러니까 우리는 원래부터 다른 사이들이다. 첫 만남부터 간극은 커 보이고 차이는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만남을 거듭할수록 차이보다는 공통점에 자꾸만 마음이 사로잡힌다. '아니 우리가 이렇게 비슷했단 말인가?' 결국 호모 사피엔스들의 본능과 감정이란 그 세팅값이 비슷하기 마련이다. 헤어진 연인의 SNS를 염탐하며 질척이는 것도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고, 무대책으로 여행 다니다가 직장은 언제 잡고 결혼은 어느 세월에 할 거냐고 부모님께 한소리 듣는 것도 꼭 같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끝날 때쯤 나는 응당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럴 줄 알았어. 역쉬 우리는 한 인류라니까!"
반면 일본이나 중국 친구 혹은 한국인들을 만나면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애초에 우리는 긴 세월 동안 비슷한 문화권에서 살아왔다. 서로의 문화나 역사, 사고 및 행동 패턴 등을 비교적 잘 이해하는지라 다음 행동이 어느 정도 예측될 정도이다. 그런데 만남을 거듭할수록 나는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되며 깜짝깜짝 놀란다. 가령, 한국인이 아무리 욕 한다한들 막상 외국에서 만나면 짧은 영어가 완전 잘 통하고 사소한 유머에도 서로 웃어주는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일본인이다. 좌식 생활 문화를 가졌고, 밥과 반찬을 먹는 식문화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그들 특유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패턴을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손님으로 초대했더니 음식 만드는데 소요된 경비를 n등분하겠다고 우기는 것도 민망하고, 친해질수록 그 깍듯하던 예의가 점점 사라지더니 되려 무례해지는 것도 어리둥절하다. 공통점에서 시작된 관계는 늘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인지 차이점을 명확히 깨닫게 되며 끝이 나게 마련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인즉슨 이런 것 같다. 인간의 뇌는 특정한 대전제가 존재할 때 그를 거스르지 않는 순방향으로 미래를 예측하며 시나리오를 마구 펼치기 마련이다. 그러다 현실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시나리오는 여지없이 금이 가 버린다. 풍선마냥 질량은 없고 부피만 커졌던지라 사소한 돌부리에도 사정없이 쪼그라들다 이내 소멸되는 게 숙명이다.
다른 줄로만 알았던 유럽이나 이슬람 친구들과는 헤어질 때쯤엔 깊은 유대감과 친밀함을 느끼고, 처음엔 같이 낄낄거리던 일본인과는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며 작별하게 되는 경우가 이와 비슷하다. 나의 첫 생각은 어쨌거나 근거가 희박한 가설이었을 뿐이니 현실은 그와 다르게 흘러갈 확률이 훨씬 높다. 이래서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라, 말아라 하는 게 바로 이 말이다. 결국 선입견을 가진다면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이 더 과장되게 보이기 마련이다. 이슬람 친구들과의 공통점은 더욱 크게 와닿고, 일본인과의 차이점은 더더욱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선입견을 줄이는 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