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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찍기 좋을 정도의 오리엔탈리즘, 영화<아포칼립토>

경멸하거나 경외하거나...원주민에 대한 이방인의 프레임 차용

by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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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멜 깁슨이 감독한 영화 '아포칼립토'에는 원주민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한다. 야만적이거나 신비롭거나. 전자는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기일식이 신의 저주인 양 대중을 선동하며 약소 부족을 대량 학살하는 마야의 세태에 담겨 있다. 후자는 부족의 노장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부족 구성원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주인공이 숲의 동식물과 지형을 이용해 적을 물리친다는 설정, 또는 역병에 걸린 아이가 귀신 들린 듯한 예언이 현실에 나타나는 등의 장면에서 드러난다.


영화는 개봉 당시 제국주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영화의 서두에 나오는 자막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대 문명은 외세에 정복당하기 전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되었다.(A great civilization is not conquered from without until it has destroyed itself from within). ' 정작 영화 속에 나오는 마야인 중에는 주인공 같이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만 고군분투하는 부족도 있고, 바다 건너 선교사들의 배가 들어올 때 그들에게 가기보다 "자신의 숲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해서 이런 비판을 물 타기 하는 듯 보인다.


확실한 건 영화의 등장하는 마야인의 대표적 캐릭터는 역설적으로 외부인의 시선, 즉 백인의 문화에 익숙한 멜 깁슨의 시선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시선을 '영화 찍기 좋을 정도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르고 싶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했던 이 논리는 막 발현되었을 시점에 동양에 대한 유럽의 이국적인 취향 정도로 여겨졌다. 영화 찍기 좋을 정도의 오리엔탈리즘'은 이 영화에서 원주민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인 '야만성'과 '신비성'을 따 와서 영화가 흥행하기에 적당할 만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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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남는 의문은..


1. 개기일식 때 그 엄청난 아프리칸들 어떻게 섭외한 거지

2. 흑돼지랑 표범, 개구리 어떻게 섭외한 거지

3. 주인공 왜 이렇게 잘 뛰지--> 복서 출신이라고 한다

4. 주인공 아내.. 동굴 안에서 용변 보는 표정으로 어떻게 아이를 낳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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