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 않고 몸을 흔들 수 있는 곳
미국계 한국인 DJ '예지'를 통해 처음 '보일러룸'을 알게 됐다. 일렉트로닉 계열 신인 DJ의 등용문쯤 되는 공연인데, 유럽에서는 이미 정착된 형태라고 한다. 14~15일 오후 8시부터 성수동 레이어 57에서 열린 이 공연에 첫날 가게 됐다. DJ들이 주로 트는 하우스, 테크노 쪽은 주된 관심사는 아니지만 신예 DJ들이 선보이는 음악이 왠지 신선할 것 같고, 공연이나 디제잉 수업과 함께 이뤄진다는 점이 DJ와 그 공연의 개념을 확장한 듯한 느낌을 줘서이다.
보일러룸의 특징은 디제잉하는 공간과 관객이 노는 공간이 따로 분리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대와 관객의 구분이 없는 점은 사실 판소리, 탈춤 등 한국 전통 공연의 특징이다. 관객과 무대를 구분하지 않아 심리적 거리를 좁힌 한국 공연의 특징이, 유럽을 통해 역수입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클럽은 어딘가 모르게 불건전하며, 이성을 만나러 간다는 인식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듯하다. 이 때문에 음악이 좋고 이성을 만나는 외의 행위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이런 의심을 받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 같이 눈치보고 소심한 사람들은 취향 자체를 언급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사회가 조금 표현 면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자유가 '타인의 코 앞에서 멈추는 주먹'처럼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행위를 서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