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자전적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락의 거장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명성을 지탱한 바탕은 두 축이었다. 무슬림의 박해를 피해 인도로 망명한 보수적인 조로아스터교 집안의 고독함과, 그 고독에 저항하는 정신. 그리고 그런 자신의 내면을 잘 다독이고 북돋아줬던 메리 오스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같은 삶을 산 프레디의 삶을 이 두가지 결로 응축해 풀어나간다.
1.
일상과 익숙함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뭔가를 창조해야 하는 뮤지션에게 '이방인'만큼의 매혹적인 정체성도 없을 터다. '파로크 불사라', '프레드릭 벌 사라' 등 인도와 영미권에서 사용되는 이름을 거쳐 '프레디 머큐리'가 되기까지 그는 각각의 이름의 맞는 인물로 자신을 다시금 재구성한다. 나는 이렇듯 여러 이름을 거쳐온 그의 정체성이 '보헤미안 랩소디'에 응축돼 있다고 느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게 하는 인트로를 지나 한 남자를 죽였다고 엄마에게 고백하는 내용, 그 이후에 이어지는 가사에서다.
(의역 주의)
작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는구나
겁쟁아, 겁쟁아,
그런 무모한 짓을 하겠다고?
천둥과 번개소리 날 너무너무 두렵게 한다네
갈릴레오, 갈릴레오, 갈릴레오, 갈릴레오,
갈릴레오, 피가로, 마니피코 오오오
전 그저 불쌍한 아이일 뿐이에요, 사랑해 주는 사람도 없어요
이 친구는 그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불쌍한 꼬마일 뿐입니다.
이 끔찍한 참상에서 그의 삶을 구제해 주십시오!
쉽게 왔다가 쉽게 떠나는 놈이라고요 - 절 풀어주실 건가요?
"신(Bismillah)*의 이름으로! 안 돼, 우린 널 풀어주지 않을 거다" - "그를 풀어주시오!"
맙소사, 저 좀 풀어주세요
악마(Beelzebub)*가 나를 위해 마귀를 곁에 두었구나
나를 위해 - 나를 위해
죽인 남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자는 남자를 죽인 후 구원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구원받고 싶어하는 대상은 코란에 등장하는 'Bismillah(알라의 또다른 이름)'이고, 자신을 위했다던 악마 'Beelzebub'역시 코란에 등장하는 이름이다. 무슬림의 박해를 피해 인도로 망명한 집안의 장남인 그의 내면에는 '알라'로 대표되는, 벌을 주는 존재가 있었던 듯하다. 그 존재가 뮤지션인 프레디에게도 영향을 미쳐 이런 곡이 나왔던 게 아닐까.
그래 당신들이 내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고?
그래 당신들은 날 사랑한다더니 죽게 내버려둘 거라 이거지?
아, 나한테 이럴 수는 없어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당장 여기서 빠져나가고 말 거야
이란 형법인 샤리아법에 나오는 이른바 '돌팔매 형벌'도 생각나는데, 정작 코란에는 나오지 않는 형벌이라고 한다. 다만 성경에서 돌팔매질은 간음한 여성에게 죄를 묻기 위한 형벌로 나온다. 돌을 맞는 행위는 뭔가 규범에 어긋난 행동을 한 자신에게 죄를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구원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속죄의식은 종교적 규범을 내면화한 인간이 지니는 근본적인 의식이라고 나는 알고 있다.
2.
그는 성인 이후에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대상인 연인 관계에서도 이방인이었다. 그가 양성애자였던 사실은 어느 정도 정설로 확인되는 만큼, 메리 오스틴과의 관계가 특별했다는 사실은 영화 속에서든 실제 삶 속에서든 틀림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남성에게 끌리는 자신을 그는 긍정하기도 하는 한편, 누군가에게 완전히 속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메리 오스틴은 영화 속에서 유명해진 그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 속에서 프레디가 자신의 중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화려함과 온갖 유혹을 좇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잊을 때쯤, 그를 찾아온 메리의 모습은 프레디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어떤 의미에선 한 인간의 성장 영화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재능과 음악적 고유성에 심취해 밴드 내에서 다소 제멋대로 행동하던 프레디를, 구남자 친구는 그에게 버림받은 후 언론에서 '겁에 질린 파키스탄 꼬마'라고 비아냥거린다. 어쩌면 그게 프레디의 진짜 내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죽음을 가까이 앞둔 이후에 조금은 달라진다. 다시 밴드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 음악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런 그를 '재미로' 잠시 논의의 장에서 내보낸 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밴드의 모습의 역시 친구들만 보여줄 수 있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친근한 행동이었다. 머큐리를 성장시킨 일면에 그들이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영화를 본 다음날 점심을 먹으며 유튜브에서 퀸의 공연을 찾아봤다. 썸네일이 영화 마지막 장면이 똑같은 장면이 있어서 들어 봤더니, 실제로 1985년 7월 3일 퀸이 공연한 공연 실황 영상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로 영화가 똑같이 재현하고 있어서 놀랐다. 그때 당시 퀸의 영향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