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 부족한 주인공 행동은 공감 어려워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후기입니다.]
블랙미러 시즌5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스미더린>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SNS와 그 그림자를 다룬 영국 드라마다. 개인의 영리 기업인 SNS 회사가 개인에 대해 경찰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거나, 주인공이 운전을 하며 SNS를 들여다보다 사고를 내 옆에 앉은 약혼자를 죽게 만들었다는 설정은 SNS가 단순한 소통 기능을 넘어, 사생활 침해나 개인의 부주의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실제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드라마가 블랙미러 이전 시즌인 '닥치고 춤이나 춰'와 결이 비슷하다는 평도 있는데, 그 드라마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지난해에 본 영화 '서치'와 좀 더 겹쳐 보였다. 한국의 '트위터' 정도 되는 SNS 사이트 스미더린의 사장 빌리 바우어가 한 얘기 때문이다. 스미더린을 만든 건 자신이지만, 이 매체는 어느 사이에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고. 어느새 자신이 꼭두각시가 된 느낌이라고.
SNS에 누군가 하나의 피드만 올려도, 댓글에 댓글이 달리면서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거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영화 '서치'에서도 SNS는 '스스로 움직인다'. 주인공 데이빗이 SNS를 통해 실종된 자신 딸의 위치와 범인을 추적해 가는 동안, 애초에 딸과 교류가 없었던 친구들이 그녀의 실종을 슬퍼하거나 추리극을 쓰는 등 사건의 실체와 무관한 잡음이 SNS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기성 언론의 역할이었던 '의제 설정'을 이제 SNS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용자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쉬운 점은 드라마의 주제의식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성 언론도 앞다퉈 유튜브 등 뉴미디어 시장이 뛰어들고 있고, 초등학생이 선망하는 1위 직업이 콘텐츠 크리에이터일 정도다. 그저 자신의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SNS 회사 직원을 인질로 잡아가면서까지 대표와 통화하려고 하고, 그 이후 자살을 시도하는 전개 역시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자전거 탄 소년들을 피하려다 차가 고장이 난 점, 처음부터 납치한 직원을 죽이지 않으려고 했던 점, 자살한 딸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그의 지인에게 SNS 정보를 알려주는 점 등은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이런 그의 성격도 극의 진행이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크게 도움을 줬는지는 의문이다. 메시지도 단선적인 데다 결말도 충분히 예측 가능해서, SNS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여러모로 아쉬운 면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