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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가 한국서 일어났다면?

시즌3 공개된 넷플릭스 미드, 한국 영화와 대조적

by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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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시즌3로 돌아온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는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가족과 친구, 경찰 등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과 친구는 합심해서 거대한 조직이나 초자연적인 상대에 맞서 싸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몇 편의 한국영화가 떠올랐다. 가족이 힘을 합쳐 괴물에 맞서 아이를 찾는다는 설정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다룬 영화로는 <이끼>, <곡성> 등을 생각나게 했다.


<괴물>에서 주인공인 '강두'는 괴물에게 납치된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동생, 아버지와 딸을 찾아 나선다. 실종된 중학생 '윌'의 형 '조나단'과 불안 증세가 있는 엄마 '조이스'가 선두에 나서 괴생명체에게 납치된 윌을 찾는다는 점에서 두 영화가 비슷해 보였다. 두 작품 모두 가족 구성원이 어딘가 결핍돼 있거나 개성이 강하고, 사건을 증폭시키는 데 정부가 관여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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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과 넷플릭스 미드 <기묘한 이야기>에 각각 등장하는 가족의 모습. 구성원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사건을 해쳐가는 과정과 결말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괴물>에서 주인공의 실수로 납치된 당사자나 주변 가족이 죽는 반면, 이 드라마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이 인간적인 매력을 갖춘 영화 속 등장인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일단 이 드라마는 정이 든 캐릭터를 쉽사리 죽이지 않았다. 다음 시즌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작품의 오락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목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드라마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작은 시골마을인 '호킨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인 점을 감안해도 어딘지 호젓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이유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은 미국 역사에서 실존했던 'MK 울트라' 훈련과 깊은 관련이 있다. CIA가 인체로 불법 실험을 감행했던 이 훈련은 러시아 등 미국의 당시 미국에 위협이 되는 국가를 감시하거나 대항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고 하는데, 작은 마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치고는 이야기의 확장성이 상당히 크다고 느껴졌다. 국소적 지역을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 <곡성>, <이끼>, <사바하> 등이 초자연적이거나 공포감 넘치는 이야기로 짜였으면서도 그저 지역에서 일어난 해프닝 정도로 그친 점과 대조적이다.


현재까지 3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 이 드라마는 괴물의 등장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이 사건읋 해쳐가는 10대 청소년의 산뜻하고 엉뚱한 모습으로 보완했다. 상상력 풍부하고 때 묻지 않은 이 아이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적격인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의 시즌이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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