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시사회 후기
프랑스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인도의 무일푼 여행자인 주인공 '파텔'이 우연한 계기로 프랑스, 이탈리아, 리비아 등지를 여행하게 되면서 생긴 일을 그린 작품이다. 파리 태생의 아버지를 찾아 떠난 프랑스에서 그는 평소에 가 보고 싶었던 이케아에서 '마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에펠탑에서 그녀와 다시 보기로 약속한 후 옷장을 찾아 잠에 든다. 그를 실은 옷장이 영국으로 유통되면서 파텔은 스페인, 이탈리아, 리비아 등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게 된다.
옷장에 들어가 여행을 한다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우연과 또다른 우연이 만나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건은 뜻밖의 결말을 맞으면서 새로운 국면이 나타나기도 하는 게 우리 인생이다. 자신의 옷에 글을 쓴 파텔을 높게 사 그의 옷을 10만 유로에 팔아넘긴 이탈리아 여배우나, 자신의 돈을 찾아준 난민촌 사람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그 돈을 쥐어준 파텔, 그리고 그런 파텔에게 '인생 수업'을 듣는 학생들 모두 인생의 작은 우연과 우연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세계를 만나게 될 터이다.
파텔이 하룻밤 묵기 위해 찾은 옷장은 처음엔 파텔의 잠자리였다가, 이후에는 새로운 세상까지 그를 인도하는 운송수단이 된다. 도착지에서 파텔이 문을 열면 그의 눈 앞에는 낯선 세상이 펼쳐져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옷장은 어린시절, 숙제를 안 했거나 엄마에게 혼날 만한 일을 했을 때 숨어들고 싶던 아늑한 공간이다. 또한 옷장의 굳게 닫힌 두 문은 우리에게 문 너머의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영화는 옷장의 이런 이중성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영화 속에는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에 속하는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우울하지는 않다. 맹인 노숙자는 눈을 감으면 상상 속 거리를 전부 볼 수 있고, 리비아의 난민촌 사람들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가족을 행복하게 할 꿈을 놓지 않는다. 품삯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파텔의 어머니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파리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잃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조건이 반드시 경제적 여유 같은 외적 요건에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개연성 부족한 영화의 흐름은 유쾌한 인물 군상과 현지 느낌을 물씬 살린 각국의 배경이 보완했다. 파텔과 마리는 각각의 이케아 쇼룸에 어울릴 법한 연인 연기를 하다가 가까워졌고, 파텔에게 10만 유로를 안겨다 준 이탈리아 여배우는 파텔 덕분에 자신의 옛사랑과 관계를 회복했다. 마리 친구 로즈는 레즈비언이 멋있어 보인다며 여성과 교제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연회장에서 파텔과 여배우 넬리가 춤을 추며 '갑자기 분위기 발리우드'를 연출하는 건 덤. 이처럼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사건과 사건은 등장인물의 엉뚱한 발상으로 하나가 된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면 인생에서 닥칠 뜻밖의 비운도 전화위복 될 지 모른다는, 기분 좋은 위안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