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샷>,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방법에 대하여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롱샷>에서 강력한 대통령 후보인 국무장관 '샬롯 필드(샤를리즈 테론)'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남자친구 '프레드 플라스키(세스 로건)'를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 후, 자극적인 기사를 써 왔던 프레드의 과거 경력을 지우는 등 이른바 '디지털 장례식'을 치른 뒤 대중 앞에 그를 공개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타협과 거리가 먼 프레드는 그렇게 다듬어진 모습은 자신과 거리가 멀다며 거절한다.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한 둘의 만남이 그렇게 끝나는 듯 보였지만, 샬롯은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자리에서 자신의 제안을 스스로 철회한다. 대신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현직 대통령과 재벌 언론이,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프레드의 약점을 잡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을 폭로한다. 프레드는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여자친구에게 키스하고, 둘은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프레드는 백악관으로 출근하면서도 캐주얼한 자신의 복장을 바꾸지 않고, 재벌 언론에게 매각당한 회사를 그만두는 등 비타협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샬롯의 결단을 본 프레드 역시 함께 하기 위해 말끔한 옷을 입고 언론 앞에 나선다. 서로가 함께 하고 싶다는 목적을 위해 한 발씩 양보하는 순간이다. 이 과정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야 하는 정치의 면면과 닮아 보인다. 자신만의 이익을 벗어나 공동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일부를 버릴 수 있는 이들만이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의 '대타협'을 이룬 인물이 국무장관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흙탕물에 연꽃 피운 샬롯의 결단
샬롯은 환경보호 등 정치적으로 올바른 신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정치 인생이 막 내릴지도 모르는 폭탄 발언을 감수했다. 치열한 권력의 암투가 이뤄지는 정쟁의 현장에서 로맨스를 지향한 샬롯의 선택은, 동시에 부당한 이유로 자신의 정책이 변질되기를 원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을 터이다. 결국 이 선택은 김대중 고 전 대통령의 자신의 저서에서 비유했듯, 정치가 흙탕물 속에서 피어난 연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만 같다. 올곧은 품성의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도 올바른 선택을 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많지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마음에 안 드는 유명인사를 끌어내리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국민이 바라는 이상향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잘 활용해 이 상관관계를 잘 보여줬다.
영화는 관객을 웃기는 일 만큼은 성공했다. 빼어난 외모와 달변을 지닌 샬롯과,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스웨덴 전통 복장으로 샬롯을 수행하는 등 몸개그를 마다하지 않는 프레드를 보다 보면 2시간 5분의 러닝타임은 금세 지나간다. 공화당과 기독교 모두를 싫어하는 프레드에게, 공화당원이자 기독교인인 친구 '랜즈(오셔 잭슨 주니어)'가 공화당의 슬로건과 기독교의 유명한 노래를 인용해 프레드의 용기를 북돋는 모든 장면은 재치 넘친다. 특히 국제적인 오찬 자리에서 수많은 남성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샬롯을 보며 기죽는 프레드에게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라고 말하는 장면은 실제 기독교의 유명한 노래가 생각나 '현웃'이 터졌다. 흑인과 백인에 대한 차별이라든지, 여성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빨간 날'을 조심해야겠다고 한 미디어의 발언은 영화 전반의 우스꽝스러운 분위기에 묻힐 수 있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