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은 뜻밖의 몇몇 사건으로 두 가족이 예상 밖의 결말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 분)'는 여동생의 결혼식 파티에서 딸 '이레네(칼라 캄프라)'를 잃어버리고, 그의 오랜 친구이자 옛 연인인 '파코(하비에르 바르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게 된다. 그 도움은 이레네를 납치한 측에서 요구한 30만 유로를 마련하기 위해 파코 농장의 절반을 매각할 만큼 절대적이다. 파코 덕에 목숨을 건진 이레네는 아버지 '알레한드로(리카도 다린)' 대신 파코가 자신을 구한 사실에 의문을 품으며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레네를 찾는 과정에서 관객이 알게 된 라우라와 파코의 과거는, 결과적으로 유괴범이 돈을 요구하게 만드는 단서가 된다. 마을 안엔 라우라와 파코 사이에 낳은 아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무성하게 퍼져 있던 터였다. 유괴범은 우연히 파코의 아내에게도 협박 문제를 보냈을 뿐인데, 여기에 파코가 자신의 농장까지 팔아가면서 '자신의 피붙이에게나 할 일'을 함으로써 소문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라우라는 이렇게까지 나서 주는 파코와 대조적으로 "신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알레한드로에게 분노했으며, 파코의 배우자 배아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제 와서 친부 관계를 들추는 라우라의 말을 믿지 말라면서 파코를 다그쳤다.
라우라와 파코로 나오는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은 '현실 부부'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 같으면서도 연인 같은 관계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레네의 납치 과정에서 겪은 갈등을 공유한 두 가족의 유대 관계는 예전과 같을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있더라도 최소한 한 명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상처를 추스르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 이레네를 찾은 후 돌아온 파코에 집에 더 이상 배아는 없지만 그의 표정은 허탈하기보다는 뿌듯해 보인다. 알레한드로는 이레네를 찾은 후 이제 안심하라면서 아내를 품에 안지만, 라우라는 남편의 품이 편하지만은 않다는 듯 건조한 표정을 짓는다. 대신 아레네를 찾아 준 파코와는 진심 어린 포옹을 나눈다. 모든 일은 헤어진 후 우연히 만난 라우라와 파코의 하룻밤, 그리고 그 이후 이레네에 대한 알레한드로의 소극적 대처에서 비롯한 일이다. 과거에 했던 순간의 선택이 생명력을 지닌 채 숨어 있다가, 결정적인 시점에 등장인물의 선택에 또다시 영향을 미친 순간이다.
영화는 범죄 추리극의 외형을 띄고 있지만, 맥없이 범인을 공개하거나 치밀하지 않은 알리바이를 등장인물에게 과감하게 남기는 등 장르의 전형을 비껴갔다. 대신 극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 각 인물의 반응과 대처에 초점을 맞췄다. 등장인물 역시 뛰어나게 선량하거나 포악한 범죄자가 등장하기보다는, 공감 가능하고 조금은 소심한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이 대부분이다. 안정감과 유대감을 기반으로 하는 가족, 친구, 혹은 연인 사이에서 이 관계를 시험하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선택을 했던 시점은 과거로 남더라도, 그 선택의 영향을 받은 현재는 다시 미래를 만드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