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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계 '프로 불편러'의 레스토랑 개업기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서 불편의 미학을 만나다

by 안녕하세요


부모님과 분가해서 산 지 1년이 다 돼가면서 깨달은 바는 집안일이 편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집안일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요리가 그중 대표적이다. 처음엔 나만의 주방이 생겼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만들어 먹어 보다가, 결국은 설거지 거리가 덜 나오는 음식을 위주로 만들어 먹게 됐다. 모든 게 하기 싫은 날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적도 많았다. 편한 게 이롭다는 나의 생각은,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다른 이들도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은 음식만큼은 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한 거장이 베르사유 궁전 소재의 레스토랑 개업에 참여한 이후 2년 간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 여정은 음식에 대한 뒤카스의 고집과 열정, 다른 셰프와 남다른 면모 등을 담고 있다. 실존인물이자 영화 주인공인 '알랭 뒤카스'는 서른셋에 첫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프랑스 출신 셰프다. 도쿄, 라스베이거스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20개가 넘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는 고급 초콜릿을 사용하기 위해 브라질의 한 카카오 농장에 방문해 초콜릿 생산 과정을 한눈에 익히고,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고 남은 음식을 전 세계 빈민들에게 제공한다. 주방에서의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이 태어나고 가공된 이후의 전 생애주기에 관여하는 셈이다.


그는 당장 먹었을 때 맛있을 법한 '치트키' 조합을 쓰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미각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기도 한다. 밀가루와 설탕 없이 디저트를 만든 제빵 레스토랑 셰프를 칭찬하고, 기름과 설탕 그리고 소금 없는 식단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방식은 몸과 마음 모든 면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일을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다른 활동으로 달랠 법도 한데, 뒤카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알랭 뒤카스.


당장 구미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나는 주방에서 얼마나 많은 '치트키' 조합을 써 왔던가. 또 설거지 거리를 줄이거나, 만들기 간편하다는 이유로 원산지나 가공 과정을 확인할 수 없는 반조리식품을 얼마나 많이 사들였던가. 회사와 육아, 가사를 병행하는 일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편의성은 한 번쯤은 생각해볼 법한 화두다. 편의성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수월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줄지언정 고차원적인 행복이나 먹는 행위 이면의 의미를 음미하지는 못 하게 하기 때문이다.


요식업계의 생리나 분위기는 잘 모르지만, 보통 한 분야의 꼭대기에 오르면 그 이후엔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거나 그 권위에 안주하게 될 테다. 그러나 뒤카스는 그런 면모를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 열정은 개업을 앞둔 레스토랑의 직원들이 낄 장갑의 소재까지 직접 고를 만큼 세세하고 깊다. 편리함과 효율의 가치가 가정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이 시대에, 불편을 추구함으로써 삶의 아름다움에 한 걸음 다가가려는 거장을 영상으로라도 만난 건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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