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웃으러 갔는데 뒤통수가 서늘하다

범죄 오락 영화 <나쁜 녀석들>, 배설을 노렸지만 돌아온 건 묘한 찝찝함

by 안녕하세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손용호 감독의 '나쁜 녀석들'은 법의 안팎에 있는 이들의 선악을 비틀어 카타르시스를 추구한 범죄 오락 영화다. 경무관 '엄정한(김형묵 분)'은 도로에서 탈주한 죄수를 잡기 위해 전직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과 특별한 재능을 지닌 범법자들로 꾸려진 태스크포스를 만든다. 이 팀은 죄수 탈주의 원인을 제공한 조직 폭력배 '노상식(조명진 분)'의 배후에 야쿠자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거액을 받고 야쿠자를 한국으로 들인 장본인이 경무관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무력으로 법을 수호하는 공권력이 법의 바깥에서 사익을 추구하고, 불법과 위법을 오가던 범법자들은 이에 대한 복수로 정의를 실현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순간이다.


나는 이 구도가 유쾌하지 않았다. 경찰의 공권력은 사회질서를 위해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다. 법을 수호하는 검찰, 경찰이 부패와 재산 축적의 유혹을 무리치고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영화는 그래서 쾌감이 있었다. 수많은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그 존재 이유를 부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악역을 자처한 경찰은 심하게 부패해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기색조차 없다. 게다가 오구탁을 제외한 다른 경찰은 도주 중인 죄수의 몽타주조차 갖고 있지 않을 만큼 무능하다. 이런 경찰의 군상은 관객에게 그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만든다. 실제로 감독은 경찰이 붙들어야 할 정의를, 자신의 죄를 반성하거나 목숨을 빚진 은인에게 보답한 정도의 양심이 남아 있는 범법자에게 대신 실현하게 한다. 탈옥한 죄수가 거리를 활보하며 수 명의 시민과 경찰을 살해하고, 야쿠자가 별다른 제약 없이 한국에서 경찰과 죄수를 폭행하거나 살해하는 사회에서 시민은 굳이 공권력을 믿을 필요가 없다.



많은 범죄 오락물에서 범죄자, 혹은 경찰을 맡아온 마동석이 이번에도 '선량한' 범죄자로 분했다.



감독은 전직 경찰이었던 오구탁의 입을 빌어 말하는 것 같다. "남의 돈 갖다가 옷 사 입고 밥 처먹고 술 처먹고 할 거면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지? 그게 국민들에 대한 예의 아니냐?" 이때 오구탁이 나무라는 대상은 경찰의 옷을 입은 악인이 아니라, 세금을 녹으로 받는 공무원 조직이다. 개인의 부패를 겨냥했다기보다 경찰이라는 공직 자체에 대한 불신처럼 들린다. 그보다는 범죄자에게 "휴지를 왜 이렇게 많이 써, 세금도 안 내는 새끼가(영화 범죄도시)"라고 묻는다거나, 돈은 있지만 도덕적으론 해이한 젊은 기업인에게 "내가 죄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영화 베테랑)" 하고 나무라는 편이, 조금은 이 영화를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론 현실에서 공직자의 비리는 영향력이 큰 사회적 문제다. 그런 점에서 불편한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저 범죄 오락물을 즐기러 온 나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데 범죄 오락영화만 한 콘텐츠가 없으니, 현실은 현실로 두고 영화라도 바람직한 이상향을 그려줬으면 하는 기대가 어긋났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매끄럽기보다는 마동석 등 등장인물의 매력에 묻어가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식업계 '프로 불편러'의 레스토랑 개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