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랑 G는 알겠는데... S는 왜 해야하죠?
예전의 CSR부터 CSV그리고 지금의 ESG까지 이런 개념들을 다룰때 가장 중요한 기준하나는 (1) "기업이 이익을 위해 해야 하는 것"과 (2) "사회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누는 일이다.
보통 개념에 매몰되어 이 두 가지를 혼동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이런것이다.
(A) "나이키봐라, 아동착취해서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우리도 아동착취 같은거 하면 안된다."
(B) 아동착취 하지 않는 것은 CSR에 포함된다. CSR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C) CSR의 여러 요소 중에 "기부/자원봉사/사회공헌"이 있다.
(D) 그래서 "기부를 해야 한다"
사실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사회공헌 좀 안한다고 불매운동에 직면하진 않는다. )
이게 얼마나 말이 안되냐면
(A) 나는 유재석을 좋아한다.
(B)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멤버다.
(C) 무한도전의 멤버중에 박명수가 있다.
(D) 나는 박명수를 좋아한다.
같은 이상한 논리인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CSR같은 단어는 "기업의 입장"과 "사회입장"이 고민없이 섞여서 막 쓰이다 보니, 그냥 넘어가 왔다. 기업의 관점에서 생각을 하지 않으니 "사회공헌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된다" "사회공헌에 돈을 써야 한다" 라는 말들을 많아도 정작 "얼마를 해야 한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전개된다. 사회공헌 비용의 효과에 대해서도 이상한 논리가 이어진다. (재무팀이나 전략팀에서 보면 기가찰 논리들..)
(이건 저도 연구하다 포기. 이미 받아낸 예산을 잘쓰는 방법은 무궁무진한데, 주기 싫다는 사람에게 예산을 더 받아 내는 로직은 사실 없습니다.)
한물간 개념인 CSR까지 동원하며 페북에 글을 쓰는 이유는 ESG의 S 때문이다.
ESG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호기롭게 접근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E나 G의 이야기다. 좀더 냉정히 이야기하면, G에서도 "주주친화정책" 때문에 (이미 많은 심사에서 주주친화를 G의 중요 요소로 보고 있다) E에서도 "환경과 비용절감의 연결고리가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개는 어느정도 명확하다. 기업에서 대응하는 방법도, 무엇이 문제인지도 명확하게 보인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 해야 하는 것"에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S다.
사회공헌 판에 오래있던 사람들(나를 포함한), 그리고 "착한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S에 인권이니 노동이니, 사회공헌이니 이것저것을 포함시켜 S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S는 E와 G를 밀어주는 판국에 슬쩍 끼어있는 개념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ESG보고서를 쓸 때도 ESG전략을 세울 때도 언제나 S만 명분이 약하다.
이건 그냥 "사회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일뿐이다. 그러다 보니 법을 지키자 정도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긴 어렵다. 그저 법무법인 정도에서 위험진단 하면 된다. 문제가 안생기게 끔 만드는 것과 비용을 들여서 "착한기업"을 만드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다.
이런 오류는 CSR이야기를 할 때랑 변한게 없다. ESG를 외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S"의 의미와 기업에서 생각하는 "S"의 의미의 차이가 너무 크고, 클 수 밖에 없다.
시간이 흐른후 "말로만 ESG..."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위해 S역시 그저 "사회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너머, "기업이 이익을 위해 해야 하는 것"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