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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꽤 재밌는 도전을 시작했다. 4년? 5년 전에 클라이밍을 시작했고, 그것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면 전환점이었는데 이번에는 복싱에 도전했다. 갑자기 복싱?! 이라며 다들 놀라지만 반응은 다 비슷하다. 나도 하고 싶어! 참 재밌는 것이 대부분의 (여자)친구들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 복싱은 여자에게 있어 로망인 것일까. 아니면 복싱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이시영 배우가 그토록 매력적인 것일까. 아마 둘 다 해당되는 이야기 같다. 한창 운동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시영 배우의 기립근이 화제였다. 아무래도 다들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몸(근육) 그 자체에 관심이 많은데, 이시영 배우의 기립근이 얼마나 큰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것인지를 굳이 이야기 나누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의 끈기, 도전, 열정이 꽤나 큰 자극이 됐다. 이미 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녀가, 또 다른 분야에서 열정을 갖고 그만큼의 성과를 거둔다는 것을 어찌 존경하지 않으랴.
하지만 그래서 복싱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복싱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온 것은 맞으나 왜인지 모르게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뒤 안가리고 일단 등록부터 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재밌어!! 무언가를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닌데 주먹을 날려 무언가를 맞출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이다. 탕탕! 치는 그 음에 마치 스트레스가 팡팡 터지는 기분. 하지만 초보기 때문에 반 이상을 자세교정과 기본기를 배우는데 쏟고 있다. 근데 그것마저도 너무 재밌다. 복싱이 이렇게 과학(?)적인, 수학(?)적인 스포츠였다니. 클라이밍부터 스킨스쿠버 폴댄스까지 여러 운동을 해왔지만 또 하고 있지만 자신의 몸을 알면서 적절하게 이용하는 법을 깨우치고자 머리를 쓰는 운동은 복싱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근육이 1부터 100까지 있다면 복싱에서는 그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이유가 존재했다. 그 설명을 들을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복싱선수들은 진짜 똑똑하구나. (물론 내가 배워보지 않은 다른 운동도 그렇겠지만. 클라이밍 또한 코어를 이용해 다리를 넘기는 법부터 체계적인 것이 존재하지만! 내 기준에는 살짝 다른 결이다)
그래서 재밌다. 그래서 어렵다. 동시에 (두가지도 아니고) 여러가지를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녹슨 몸과 머리는 터질 것처럼 팽팽 돈다. 헷갈려 죽겠어. 왜 내 몸은 따로 노는거야.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수백번 수천번(까지는 아닌 듯 하지만) 연습하다 그 동작을 알겠다!는 순간이 올 때, 엄청 기쁘다. 물론 운동 잘 하는 친구들은 설명 듣고 바로 이해해 자신의 몸을 사용할 줄 아지만 나처럼 몸치 박치 근육치에게는 이론->동작으로 가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럴 때마다 분해 죽겠는데 신기한 것은 그만큼 연습하면 얼추 몸이 따라간다. 덕분에 열정과다 의욕과다가 되어버려 매일 골골골 하지만, 뻐근한 몸조차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복싱이라서 재밌는 것일까, 여전히 내가 도전할 것이 있다는 것이 기쁜 것일까. 이것도 역시 둘 다 해당되는 이야기겠지. 힘들어죽겠지만 땀을 흘린만큼 돌아오는 결과가 있다. 안되겠다 싶을 정도로 속 터지지만 나는 아직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거야 마음을 먹고 줄기차게 매달리면 해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런 열정이, 끈기가 아직 내 안에 살아있다. 그것을 다시 발견한 느낌이다.
그래,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 '열정'의 상실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적은 돈을 받아도 활기넘치게 일했던 시간이, 하루하루가 재미있어 시간이 가는 것이 아깝다고 느꼈던 예전이 혹시나 다시 오지 못할까봐, 조급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에 익숙해졌을 때는 일하지 않을 때의 즐거움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의 매너리즘은 삶의 매너리즘과 연결됐다. 일할 때의 즐거움이 희미해지자 삶의 행복한 순간들도 옅어졌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니까 벌지 않을 때는 쉬어야겠어, 에서 출발한 여가 시간이 결국 다른 차원의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것도 힘든데, 저것도 힘들어. 그냥 아무 것도 안 할래!!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나도 사실 정확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일에 지친만큼 일하지 않는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것 같지만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있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그 정도가 다였다. 물론 아무 것도 안해도 되지만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한없이 가라앉는 사람이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돼, 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말만큼 나를 기운없게 하는 말이 없더라고. 난 무언가를 할 때 행복한 사람이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하고 그 과정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일과 삶을 분리해 일은 말그대로 일만 하고 삶은 즐기면 된다고 하던데 왜 나는 그게 안됐을까. (딱 떨어지게 답하는 것이 힘들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네.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알겠다는 분이 있다면 부디 말해주길) 다만 나는 이분화가 되지 않았다. 이곳이 즐거워야 저곳이 즐거울 수 있었다. 일이 즐겁지 않자 삶이 즐겁지 않았다. 반대로 삶이 즐겁지 않으면 일이 즐겁지 않았겠지. 쓰고 보니 굉장한 욕심쟁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즐거움
을 곳곳에 뿌려 이 땅 전체에 고루고루 새순이 돋아나길 바라는 거니까.
그리고 역시나 체력이 중요하다. 드라마 <미생>에서 임시완이 새벽에 뛰면서 말했던 대사가 떠오르네. 어느새 나 또한 몸의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의 체력을 중요시 여겨야 할 나이가 된 것일까. 쉽게 지치지 않도록, 빨리 포기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일. 이것은 20대 때 이미 충분히 다져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이었다. 경력이 쌓여 이제는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어떤 식으로 일해야 할 줄도 알고,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알고 그것도 알고 (특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뒤로 한 채 도전할 수 있는 체력. 그렇기에 어쩌면 더 해보고 싶은 있는 열정. 아, 힘들게 산다. (그리고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반면 경력 짬밥은 어디서든 통하는 법이니, 이 균형을 지키는 것이 요즘의 최대 숙제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 말고 그 앎이 다 비슷할 것이라 자신하지 말자)
일의 즐거움도 곧 찾아오겠지만, 일단 삶의 즐거움부터 손보기로 했다. 욕심쟁이는 항상 지름길을 마련해둔다. 일의 즐거움이 구비구비 돌아가야하는 길이라면 삶의 즐거움은 직선코스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결국 둘은 같은 곳에 있다. 어떤 방법으로 찾아가든 내 마음이지 뭐!
복싱이 재밌다. 그러니 나는 일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겐 아직 열정이 있으니까, 혹여나 실패한다해도 도전할 체력이 있으니까. 목표는 이시영 배우의 기립근으로! 꿈과 야망은 크게크게 가져야지.
근데 이게 정녕 기립근이 맞습니까? 갈비뼈 아닙니까?!
볼 때마다 감탄감탄 박수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