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지 않아요

1일 1글 스물일곱

by melody



#1
하루에 한 개씩 글을 쓰자고 다짐했지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루에 딱 30분만이라도 앉아서 써보고 싶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이것보다 더 간절한 일이 있단 말이야? (아니지 그만큼 간절하지 않다는 이야기지) 반성 반성 반성! 세 번 외치고 다시 써보기로 했다. 앞으로는 숫자에 억압받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하나 쓰듯 자주 썼으면 좋겠다지, 꼭 그래야한다는 건 아니니까 (반성한 것은 맞느냐) 그래도 일을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꾸준히 글을 써 본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썼다. 앞으로도 열심히 써 볼 생각이다.

그러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쓰는 걸 싫어하는데 난 도대체 하루에 한 가지씩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에세이를 쓰고 싶었어? 일기를 쓰고 싶었어?! 아녔다!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 평소에도 눈치가 참 없는데 내 욕망에 관해서도 눈치가 없다니. 이미 다른 사람들은 눈치챘을 수도 있는데 나만 지금 알았다. 그래도 덕분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알았다. 난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 글 중에서도 소설이 쓰고 싶었다. 드라마도 쓰고 싶지만 그건 정말 깜냥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이것만으로도,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버틴 의미가 있는 것 같네.

그래서 1일 1글이 시들시들해진 느낌이다. 쓰고 싶은 글을 여기다가 쓸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컴퓨터 앞에 앉아 꾸준히 쓰기 위해서 1일 1글은 계속 해 볼 생각이다. 그것이 일기가 됐든, 소설이 됐든, 잡소리가 됐든 계속해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지.


#2
평소 눈치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처음에는 눈치 없는 척을 시전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무관심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사실 그 말을 듣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눈치 없는 척을 한 최초의 이유는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어서였다. 난 아무 것도 몰라요, 난 눈치 없어요, 난 바보입니다 하는 사람을 비웃기는 해도 끝으로 몰아넣어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것도 약간의 깍두기 같은 존재인 거지. 필요할 때는 우리 편에 넣지만 필요 없으면 저 쪽 편에 주기도 하고 중간에 그냥 냅두기도 하고. 말그대로 약하니까 건들지 않는 중간의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이쪽편에 가면 저쪽편의 미움을 받고 저쪽편으로 가면 이쪽편과 갈라지고. 그런 것을 견딜 수가 없었지. 어저면 굉장히 예민한 측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동시에 굉장히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예민하지만 내 일이 아닌 일에 끼고 싶지 않고, 하지만 그것을 적나라하게 밝힐 수는 없으니 난 몰라 도망가고 싶은 사람. 자신 외에는 무관심한 사람. (그래서 가끔은 나 소시오패스 아니야?! 하면서 ㄷㄷ 떨기도 했는데 이런 고민 하는 사람은 오히려 아니라네... ㅋㅋㅋ 하긴 그러기엔 너무 새가슴이다)

그래서 눈치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뜨끔뜨끔 놀란다. 마치 숙제를 안 해갔는데 수업시간에 선생님한테 지목당하는 것처럼.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걸린 기분이 들더라구. 결국 그 말인 즉슨 나에게는 이렇게 들린다는 거지. 사실 제가 눈치가 그렇게 없지는 않은데요 내가 당신한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들켰나요

이래서 에세이나 일기가 싫다. 말하기 싫은 걸 말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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